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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 혁신의 비결, 뒤죽박죽 넣는 ‘랜덤 스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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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 혁신의 비결, 뒤죽박죽 넣는 ‘랜덤 스토우’

입력
2019.02.08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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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ㆍ출고자 동선 계산, 최적의 진열장소에 배치 

서울 서초동의 워킹맘 김미현(38)씨는 얼마 전 퇴근길에 쿠팡의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으로 아이의 학용품을 주문했다. 미리 사놓는 걸 깜빡 잊는 바람에 부랴부랴 이 업체의 빠른 배송 서비스를 통해 구매한 것이다. 주문한 제품은 다음날 새벽 도착했다. 김씨는 준비물을 무사히 챙겨 아이를 등교시킨 뒤 마음 놓고 출근할 수 있었다.

이처럼 온라인 쇼핑몰 쿠팡은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배송하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다음날 새벽 받아볼 수 있도록 한 ‘새벽 배송’ 서비스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시험운영하고 있다. 새벽배송은 고객이 전날 자정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이전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해 11월 첫 도입 이후 새벽배송이 가능한 상품은 최근 2,000종을 넘어섰다.

쿠팡이 이처럼 빠르고 혁신적인 배송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는 데는 ‘랜덤 스토우(Random stow)’라고 불리는 특별한 물류 기술이 있다.

7일 쿠팡은 자체 물류센터에 적용된 랜덤 스토우의 원리와 작동 방식을 한국일보에 최초로 소개했다. 인천과 덕평, 서울, 여주, 칠곡, 목천 등 전국 10여 곳에 위치한 쿠팡의 물류센터는 이 기술을 통해 향후 빅데이터의 보고(寶庫)가 될 전망이다.

인천 쿠팡 물류센터 직원들이 진열대에서 고객에게 배송할 제품을 골라내고 있다. 다른 물류센터와 달리 이곳에는 진열대에 다양한 제품들이 뒤섞여 있다. 쿠팡 제공
인천 쿠팡 물류센터 직원들이 진열대에서 고객에게 배송할 제품을 골라내고 있다. 다른 물류센터와 달리 이곳에는 진열대에 다양한 제품들이 뒤섞여 있다. 쿠팡 제공
인천 쿠팡 물류센터 전경. 이곳을 포함한 쿠팡의 전국 물류센터는 모두 아마존과 유사한 '랜덤 스토우'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쿠팡 제공
인천 쿠팡 물류센터 전경. 이곳을 포함한 쿠팡의 전국 물류센터는 모두 아마존과 유사한 '랜덤 스토우'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쿠팡 제공

보통 유통업체의 물류센터는 공간을 여러 구역으로 나눠놓고, 제품을 카테고리나 종류별로 구분한 다음 비슷한 종류의 제품을 특정 구역의 일정한 위치에 대량 쌓아 보관하는 방식이다. 주문이 접수되면 분류해놓은 제품을 꺼내 쉽게 배송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쿠팡의 물류센터는 같은 제품이 여기저기 뒤죽박죽 보관돼 있다. 커다란 수납장 같은 진열대들을 일렬로 배열해놓고, 다양한 제품을 진열대 곳곳에 구역이나 종류 구분 없이 소량씩 배치하는 것이다. 같은 공책이 이쪽 진열대에도 있고 저쪽 구석 진열대에도 있다. 무질서하고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이 방식으로 쿠팡은 입ㆍ출고 작업 효율을 끌어올렸다.

물류센터에 보관할 제품이 도착하면 입고 담당자는 ‘랜덤 스토우’ 기반의 물류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단말기가 지시하는 진열대의 위치에 제품을 갖다 놓는다. 이 소프트웨어는 해당 제품의 주문 빈도와 센터 전체 내 배치 분포, 위치별 재고량 등을 토대로 최적의 진열 장소를 계산해 입고 담당자에게 알려준다. 제품을 아무 곳에나 ‘무작위로(random) 집어넣는(stow)’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고도의 알고리즘으로 제품별 배치를 설계하는 것이다.

주문 제품 목록을 받은 출고 담당자에게는 이 소프트웨어가 직원의 현재 위치, 제품의 위치별 재고량 등을 파악한 뒤 여러 경로의 동선을 재빨리 계산해 해당 제품이 있는 가장 가까운 진열대 위치를 보여준다. 치약과 공책을 가져와야 한다면, 일반적인 물류센터 출고자는 치약과 공책이 보관된 특정 위치로 무조건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치약과 공책이 사방에 널려 있는 쿠팡 물류센터에선 출고자가 두 제품을 모두 가져올 수 있는 동선을 최소화해 움직이는 것이다. 이렇게 가져온 제품을 포장 담당자에게 넘기면 고객의 주소에 맞춰 분류, 포장, 배송된다.

 ◇최고의 효율로 로켓배송 170만개 돌파 

랜덤 스토우 방식의 최대 장점은 속도다. 수많은 입고자와 출고자가 각자의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어 작업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더 많은 제품을 더 빠른 시간 안에 내보낼 수 있다. 쿠팡이 ‘로켓배송’할 수 있는 상품 종류는 500만가지 이상이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상품이 보통 5만~8만종임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숫자다. 쿠팡의 전국 물류센터에서 하루에 출고되는 총 제품 개수는 지난해 추석 150만개를 돌파한 데 이어 설을 앞둔 지난달 말에는 170만개를 넘겼다.

랜덤 스토우는 공간 관리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제품 보관 공간이 정해져 있는 일반 물류센터에선 제품이 소진돼도 다시 채워놓기 위해 그 공간을 비워놓는다. 그런데 랜덤 스토우 시스템은 빈 공간으로 발생하는 비효율을 허용하지 않는다.

쿠팡의 랜덤 스토우 방식은 미국 아마존을 벤치마킹했다. 아마존의 랜덤 스토우 기술을 우리 실정에 맞게 변형해 자체 시스템으로 개발한 것이다. 쿠팡 관계자는 “고객들이 500만가지 제품 중 하나를 자정이 다 돼가는 시간에 주문해도 다음날 약속된 시간에 받아볼 수 있는 것은 랜덤 스토우 덕분”이라며 “주문부터 배송까지 매 순간 최상의 효율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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