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광복절 기준으로 평가를” 보훈처는 “여론 수렴한 뒤 결정”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암살’과 ‘밀정’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약산(若山) 김원봉(1898~1958)의 독립유공자 지정 여부가 논란이다. 독립운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지만 현행법상 북한 정권 수립에 공헌한 이력 탓에 서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7일 국가보훈처가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제출한 ‘보훈혁신위원회 최종 의결 권고안’에 따르면, 혁신위는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벌인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폄훼되어선 안 된다”며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도 적지 않게 독립유공자로 선정되어 왔지만 여러모로 아직 미흡하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군무부장, 광복군 부사령관을 지낸 의열단 단장 김원봉조차 독립유공자로 대우하지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보훈 현실”이며 대표적인 사례로 김원봉을 꼽았다. 고 했다. 이어 혁신위는 “독립운동에 대한 최종적 평가 기준은 1945년 8월 15일 시점”이라며 “대원칙은 사상이나 정치적 판단을 떠나 모든 독립운동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3ㆍ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적정 서훈을 해야 한다는 권고도 덧붙였다.
1919년 의열단을 조직한 김원봉은 항일 무장투쟁을 전개했고 1942년 광복군 부사령관, 1944년 임정 국무위원 및 군무부장을 지내는 등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하지만 1948년 월북한 이후 북한 정권에서 잇달아 고위직을 지내다가 1958년 김일성의 옌안파 제거 때 숙청됐다.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인물은 선정이 불가능한 현행 기준에 따라 김원봉은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훈처는 지난해 독립유공자 선정 기준을 개정, ‘광복 후 행적 불분명자’(사회주의 활동 경력자)도 포상할 수 있게 했지만, 북한 정권 수립에 직접 기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보훈처는 현행 기준상 서훈 수여는 불가능하지만, 향후 여론을 수렴해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3ㆍ1절 계기 서훈 대상자 333명은 이미 확정돼 김원봉은 대상이 아니다. 보훈처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혁신위가 국민들의 의견을 모아 권고한 것인 만큼 여론을 수렴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10년 이상 20년 미만 군 복무자에게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부여한 규정을 폐지하고 공권력에 의한 집단 희생자, 민주화 운동 사망자, 사회 공헌 사망자 등을 안장해야 한다는 혁신위 권고에 대해서도 보훈처는 국방부 등 유관기관 협의와 여론 수렴을 거쳐 결정할 방침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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