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反마두로 진영의 인도적 지원 거부
폼페이오 “굶주리는 국민들에게 원조 도달해야”
베네수엘라 정부가 해외 인도주의적 원조의 국내 반입을 막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주의적 원조가 후안 과이도 의장을 지지하는 국제사회의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게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입장이다.
보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가수비대는 전날 콜롬비아 국경도시인 쿠쿠타와 베네수엘라 우레나를 연결하는 티엔디타스 다리에 유조 탱크와 화물 컨테이너 2개를 배치하고 임시 울타리를 설치했다. 이 다리는 반(反)마두로 진영이 요구한 해외 원조가 베네수엘라로 전달되는 경로다.
마두로 대통령은 해외 원조를 ‘정치 쇼’로 규정했다. 그는 RT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원조물품 전달은 미국의 군사개입을 위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에서 일어났던 것처럼 제국주의는 죽음을 야기할 뿐”이라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4일 국영TV 연설에서도 미국과 캐나다가 비상 식품과 의약품 등을 보내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리는 거지국가가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마두로 정권은 미국 등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지지하는 우파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을 경우 내정간섭의 빌미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과이도 의장은 자국의 식품ㆍ의약품 부족 사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인도주의적 원조를 요청했다. 이에 미국은 2,000만달러, 캐나다는 4,000만달러의 원조를 약속했다.
이 같은 상황이 펼쳐지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서 “베네수엘라 국민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굶주리는 국민에게 원조가 도달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나라들은 도와주려 노력하고 있지만, 마두로의 명령에 따라 베네수엘라 군대가 트럭 등으로 원조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마두로 정부가 남발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에 빠진 뒤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은 지 오래다. 특히 살인적인 물가상승, 식품ㆍ의약품 등 생필품난을 견디지 못해 2015년 이후 베네수엘라 인구의 약 10%(3천278만명)에 육박하는 300만명이 조국을 떠나 콜롬비아나 페루 등 인근 국가로 이주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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