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2차 정상회담을 27∼28일 베트남에서 열겠다고 공식 발표하자 베트남이 들썩이고 있다. 최대 명절 ‘뗏’(설) 연휴에도 불구, 베트남 정부가 물밑에서 행사 준비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일반 베트남 국민들도 역사적 회담의 개최국이 된 것을 크게 반기고 있다.
레 티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성명을 통해 “베트남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대화를 강력 지지한다”며 “성공적인 회담을 위해 관계국들과 협력,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노이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북미 2차 회담에 공을 들여온 베트남 정부가 차질 없는 개최를 위해 이미 물밑에서 대강의 준비 작업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정부 입장이 나오기 전에도 관련 소식들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베트남뉴스통신(VNA)은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직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베트남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VN익스프레스도 미국 CNN 방송을 링크해 국정연설을 생중계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27∼28일 베트남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최대 일간 뚜오이쩨, 온라인 매체 ‘징’도 관련 외신을 인용보도 했지만 현지 언론들은 대부분 회담 개최에 대한 의미 부여는 하지 않았다.
‘뗏’ 연휴를 보내고 있는 일반 국민들도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지 기자는 “굉장하다(amazing)”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베트남에 와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갔지만 베트남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회담을 통해 베트남과 북한에 더 큰 변화가 생기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또 하노이에 거주하며 외신 업무를 보고 있는 우웬씨도 “세계 역사를 바꿀 수도 있는 기념비적인 회담이 베트남에서 열린다는 사실에 놀랍다”며 “이번 회담에서 세계가 더 놀랄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베트남이 북미 2차 정상회담 개최지로 거론될 때마다 레 티 투 항 대변인은 “베트남은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어 그런 행사를 개최할 능력이 있다고 자신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베트남은 2017년 다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했고, 지난해 9월에는 수도 하노이에서 세계경제포럼(WEF)도 개최했다. 지난 2일 시작된 ‘뗏’ 연휴는 오는 10일까지 이어지며, 공식적인 회담 준비는 다음주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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