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할 일 많지만 김정은과 관계 좋아"… 비건은 평양서 김혁철과 실무협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달 27~28일 이틀간 베트남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이뤘던 두 정상이 2차 담판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할지 주목된다. 1차 정상회담 이후 답보 상태에 빠졌던 북미 협상이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남북 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도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 하원 의사당에서 가진 신년 국정연설에서 "대담하고 새로운 외교의 일환으로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역사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2차 북미정상회담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김정은과의 관계는 좋다"며 "김 위원장과 나는 27일과 28일 양일간 베트남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개최 도시는 베트남 중부 휴양도시 다낭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개최 도시를 명시하지 않아 북한과의 조율이 완전히 마무리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맞물려 북미 실무협상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한국 정부와의 조율을 마친 뒤 이날 평양에서 북한 측 대표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와 협상에 돌입했다. 지난 3일 방한한 비건 대표 일행은 이날 오전 9시께 오산 미군기지에서 비행기에 올라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평양을 방문했다. 비건 대표는 정상회담 개최 도시를 비롯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놓고 집중 논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는 앞서 지난달 31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이번 실무 협상에서 북한의 플루토늄ㆍ우라늄 농축시설 폐기 약속 등과 관련한 미국의 상응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내놓을 상응조치로는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 남북협력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 확대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비건 대표가 ‘동시ㆍ병행 원칙’을 공식화해 그간 단계적이고 동시적 조치를 주장해온 북한과의 주고 받기 협상의 접점이 넓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북한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제재 완화는 여전한 난제여서 핵심 쟁점은 북미 정상간 담판에서 다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2차 정상회담이 1차 때와 달리 이틀간 진행되는 것도 북미 정상이 그만큼 밀도 있는 소통을 나눠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의 로드맵 등 실질적인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미중 정상회담 개최도 거론되고 있어 이달 말 베트남 회담이 한반도 정세를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물론 상황을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국정연설에서 "우리의 인질들은 집에 왔고 핵실험은 중단됐으며 15개월 동안 미사일 발사는 없었다"며 "만약 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북한과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을 큰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치적을 강조하는 수준에서 북한 문제를 짧게 언급했다. 이는 지난해 국정연설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인권 문제에 초점을 맞추며 북한 정권을 규탄했던 것과 비교하면 180도 기류가 달라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국정연설에선 “어떤 정권도 북한의 잔인한 독재보다 총체적이고 야만적으로 자국 시민을 탄압하지 않았다”며 특별 게스트로 참석한 탈북자 지성호씨를 소개하기도 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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