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 공장 방문해 낸드플래시 제조 경쟁력 강화 의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설 연휴기간 중국 시안(西安)에 있는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글로벌 수요 감소로 최근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반도체 위기론’ 해법 찾기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매년 설과 추석 연휴 기간에 주요 해외 생산기지를 방문하며 경영 전략을 가다듬어왔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 4일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아 반도체 2기 라인 공사 현장을 살펴 보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고 6일 밝혔다. 이 부회장이 시안 공장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14년 공장 준공식 이후 처음이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로, 전원이 꺼져도 저장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낸드플래시를 주력 제품으로 만들고 있다. 삼성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D램 시장과 달리 낸드플래시 시장은 5, 6개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사와의 압도적인 차이를 유지하는 ‘초격차 전략’을 펼치고 있는 삼성에게 낸드플래시 생산 거점인 시안 공장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반도체업계는 이 부회장이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시안을 선택해 2기 라인 공사 현장을 직접 둘러본 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부회장이 낸드플래시 최대 수요처인 중국시장에서 반도체 ‘강 드라이브’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시안 공장 방문으로 대내외에 강조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가격이 최근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1위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늘릴 경우 삼성발(發) 낸드플래시 치킨게임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자본력과 기술력이 삼성에 뒤지는 경쟁사들은 현재 시장 점유율을 잃을 수도 있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최근 행보에선 우위를 보이는 메모리 분야에서 투자와 생산을 더 강화해 경쟁사들과 격차를 더 벌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설과 추석 등 명절 연휴 기간 틈틈이 해외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해왔다. 그는 2014년 설 연휴에는 미국을 방문해 현지 이동통신사 대표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가졌고, 2016년 설 연휴에도 미국을 찾아 페이스북 설립자인 마크 저커버그와 면담했다. 또 2016년 추석 연휴에는 등기이사 선임 후 첫 대외 일정으로 인도 방문길에 올라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면담하고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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