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국립공원 국도 6호선서 로드킬 18%인 1054건이나 발생
다람쥐ㆍ뱀이 사고 많이 당해… 정부는 실태 통계 확보도 못해
강원 평창, 전북 남원 등 국립공원 부근 도로에서 야생동물의 도로 찻길 사고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드킬이 빈번한 도로를 파악해 생태통로를 설치하는 등 대책이 시급하지만 정부는 믿을 만한 통계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6일 한국일보가 한국국토정보공사에 의뢰해 2006~2016년까지 11년간 국도와 지방도에서 발생한 로드킬 현황과 로드킬 다량 발생 도로 부근의 생태통로 유무를 분석한 결과, 로드킬은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강원 평창과 전북(무주, 남원, 부안), 전남 구례, 경북(안동, 상주)지역에서 다량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로드킬 현황은 국립공원공단, 지방 국토관리청, 일부 지자체에 요청해 받은 자료를 취합했고 생태통로는 국립생태원이 공개한 홈페이지 자료를 이용했다.
분석에 따르면 지난 11년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 총 5,706건 가운데 18%인 1,054건이 강원도 평창 오대산국립공원 주변 국도 6호선에서 발생했다. 이어 전북 남원과 전남 구례를 잇는 지리산국립공원 주변 지방도 861호선에서 799건, 충북 제천 월악산국립공원 주변 지방도 597호선에서 499건 등 국립공원 주변 도로에 로드킬 다발 구간 몰려 있었다. 김화성 한국국토정보공사 연구원은 “로드킬 현황과 한반도 위성영상을 겹쳐 본 결과 주로 큰 산과 임야가 우거진 도로에서 로드킬이 빈번하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도로망이 숲과 임야를 관통함으로써 생태축이 훼손되고 야생동물이 고립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드킬을 많이 당한 동물은 다람쥐 등 설치류(37%)와 뱀 등 파충류(19%)가 절반을 넘었고, 포유류(17%)가 뒤를 이었다. 국도 6호선과 지방도 597호선에는 다람쥐와 북방산개구리가, 지방도 861호선에서는 다람쥐와 살모사의 로드킬이 빈번했다.
로드킬이 많이 발생하는 도로에는 생태통로도 매우 적었다. 로드킬 다발 위치와 생태통로 지도를 겹쳐 본 결과 1,000건이 넘는 로드킬이 발생한 국도 6호선에는 생태통로가 2개뿐이었다. 지리산 주변 지방도 861호선과 월악산 주변 지방도 597호선에는 각각 1개, 충북 단양군 죽령폭포 주변 국도 5호선에는 3개, 전북 무주 덕유산리조트 부근 국도 37호선에는 4개였다.
정부는 로드킬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을 파악해 생태통로를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을 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매년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로드킬이 일어나는지 실태조사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고속도로는 한국도로공사가, 지방도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국도는 국토관리청이 관리하는 등 도로를 관리하는 주체가 다 달라 현황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5월 ‘동물 찻길 사고 조사 및 관리 지침’을 마련했지만 정확한 실태 파악은 요원하다. 시범 운영 중인 로드킬 정보시스템과 국립생태원이 수년째 운영하는 생태통로네트워크는 강제성이 없어 각 기관의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화성 연구원은 “국토개발로 생태축을 관통하는 여러 도로들이 생겨나면서 전국적으로 로드킬 발생이 늘고 있지만, 발생지점 파악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생태통로 등의 설치는 매우 미흡한 상황”이라며 “신규 생태통로 설치 시에도 유형과 지점에 대한 충분한 검토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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