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절대 성공 못한다.”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이어 민주당의 대응 연설자로 나선 흑인 여성 스테이시 에이브럼스는 이렇게 반박했다. 그는 ‘공동체의 가치’를 앞세우면서 ‘미국 우선주의’로 무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아성을 공략하는데 주력했다.
에이브럼스는 자신의 가족사를 되짚으면서 “신뢰, 헌신, 교육, 책임은 우리 가족이 지켜온 소중한 가치”라며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이 같은 공동체의 덕목에 대해 줄곧 가르쳐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경제성과와 이민정책으로 화살을 겨눴다. 그는 “(우리) 가족들의 희망은 민생을 무시하고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공화당 지도부에 의해 무너져 내렸다”며 “너무나 많은 봉급 생활자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공화당의 세법 개정안은 일하는 사람들에 맞서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업률이 역대 최저라며 자화자찬하기에 바빴던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공박한 것이다.
이와 함께 “이 나라는 누가 인종차별주의 정서를 지켜주고 있는지, 이 같은 정서가 가장 높은 곳(백악관)에서 온 것인지, 우리 가족들에게서 온 것인지를 밝힐 책임이 있다”고 따져 묻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의 안전을 위해 국경 장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국민들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국정연설에 제대로 맞대응 펀치를 날리기 위해 인지도와 영향력이 있는 여성, 그 중에서도 흑인 여성을 대응 연설자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고 AP통신이 6일 전했다. 그래야 트럼프 대통령을 분열과 차별을 조장하는 마초의 아이콘으로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브럼스는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조지아주에 출마해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주지사로 점쳐지며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도 했다. 끝내 고배를 마셨지만 내년 상원의원 선거에 다시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다. 연설 직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시간 넘게 떠든 것보다 더 강력하게 진정한 미국의 정신과 가치를 전달했다”고 호평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트럼프 때리기에 가세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성명을 통해 “오늘 대통령이 쏟아낸 허위 진술들을 팩트 체크하는데 며칠이 걸릴 것”이라며 깎아 내렸다. 이어 “안전에 대한 위협을 강조하면서 전국민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총기 폭력은 무시했다”며 “현명한 해법을 제시하려면 국경 문제로 공포를 조성하지 말고 초당적 위원회의 법안에 서명하겠다고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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