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만찬을 함께 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맹비난으로 불편해졌던 두 사람이 관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장은 연준이 지난달 말 밝힌 통화긴축 사이클 종료 방침이 이번 회동으로 보다 분명해졌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6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만찬은 지난 1일 트럼프의 초청 의사를 파월이 수락하면서 이뤄졌다. 파월의 연준 의장 취임(지난해 2월5일) 이래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처음이다. 로이터통신은 “연준 의장은 재무장관과는 일상적으로 만나지만 대통령을 만나는 일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 만찬일은 파월의 66세 생일이자 의장 재임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도 배석한 이날 만찬의 주 메뉴는 스테이크였다.
1시간30분가량 진행된 만찬 직후 연준은 성명을 내고 “최근 경제 상황과 향후 성장, 고용, 물가에 대한 전망을 토론한 자리였다”며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앞으로 나올 경제지표에 달렸다는 점만 강조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만찬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을 의식한 듯 “파월 의장은 오직 신중하고 객관적이며 비(非)정치적인 분석에 기반해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재차 강조했다. 백악관은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시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회동을 계기로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공개적 언급을 삼갈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는 연준 수장인 파월을 자신이 지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7월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달갑지 않고 파월에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줄기차게 기준금리 인상을 반대해왔다. 10월 뉴욕 증시 급락 땐 “연준이 미쳐가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했고, 연준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결정 직후엔 파월 경질을 검토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모두 중앙은행(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미국 정치권 관행과 동떨어진 언사였다. 이런 상황에서 파월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금리가 (도달 목표인)중립금리 바로 밑에 있다”며 기조 변화를 시사했고, 지난달 30일엔 지난해 4번을 포함해 3년간 9차례에 걸쳐 진행된 기준금리 인상 랠리를 마무리할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파월 회동은 시장에 우호적 신호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모하메드 엘 엘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은 “양측이 대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미래에 있을 오해를 줄여준다”며 “연준의 다음 번 행보는 금리 인상이 아닌 금리 인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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