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 완화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는 업종의 제한을 풀고, 인력 파견업체를 지금보다 쉽게 차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정부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다. 신산업 창업 지원을 위한 목적이라지만 실제로 추진할 경우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7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행정연구원이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신산업 지원을 위한 고용노동부 소관 규제의 네거티브 개선 과제 발굴 연구’에 따르면, 행정연구원은 고용부와 관련된 24개 규제 개선 과제를 내놨다. 이번 연구용역은 정부가 2017년 9월 새 정부 규제개혁 추진 방향 과제로 ‘네거티브 규제 전환’을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포지티브 규제는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에 한해서만 허용하는 방식이고, 네거티브 규제는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는 한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보는 규제 방식이다. 신산업 지원을 위해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자는 것이 큰 틀의 정부 방침이다.
그러나 24개 과제 중 일부는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연구원은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12조를 개정 대상으로 꼽았다. 이 조항은 외국인 고용 가능 업종을 △건설업 △서비스업 △제조업 △농ㆍ어업으로 제한하는데 이런 제한을 없애고, 국무총리 소속 외국인력정책위원회 등의 심의만 거치면 어떤 업종에서든 외국인 근로자가 일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라는 권고다. 행정연구원은 “외국인 고용 사업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유연한 체계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실현되면 외국인 근로자가 일할 수 있는 업종이 도ㆍ소매업, 광업, 숙박ㆍ음식점업 등 전체로 확대될 수 있어 내국인 일자리 잠식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한국이민학회 부회장)는 “내국인 고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내국인들이 선호하지 않는 일자리에만 외국인 고용을 허용하는 것이 외국인 근로자 정책의 핵심인데 이를 단순히 규제 완화의 프레임으로 보는 것은 정책의 원칙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3조의 개선 권고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근로자 파견사업을 하는 업체로 허가를 받으려면 1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보유하고 전용면적 20㎡ 이상의 사무실을 갖춰야 한다는 요건이 시행령에 명시돼 있다. 파견 근로자가 유령 업체나 영세 업체로부터 체불 등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진입 장벽을 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지나친 사전 규제이므로 자본금과 사무실 면적 기준을 없애고 문제가 있는 업체는 사후적으로 관리하라는 것이 행정연구원 권고다. 권고에 따른다면 파견업체 설립은 훨씬 쉬워지겠지만, 온라인 파견업체 등이 난립해 근로자 권익 보호가 어려운 간접고용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
이들 과제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를 선호하는 산업계조차 일부 부정적 입장을 보일 정도다. 행정연구원은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3곳의 규제담당자에게 규제개선 과제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답변 중에는 찬성 입장도 있었지만 “무조건적인 외국인 근로자 고용특례업종 개방보다는 정책위원회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개방할 필요가 있다”, “체불임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영세사업체 난립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있었다.
김동욱 고용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은 “연구용역 결과는 앞으로도 계속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24개 과제 중 올해 추진할 과제는 3개로, 외국인 근로자나 파견업체 설립기준 완화와 같은 민감한 문제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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