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
출산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미혼 여성 2명 중 1명은 “자녀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혼 여성은 평균적으로 2명 이상의 자녀를 원했지만 실제 출산한 자녀 수는 이에 못 미쳤다. 일ㆍ가정 양립과 자녀 양육 비용 부담 등으로 개인이 출산을 쉽게 선택하기 어려워지면서 저출산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미혼인구의 자녀 및 가족 관련 생각’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ㆍ복지 실태조사에서 20~44세 미혼 남녀 약 2,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미혼 남녀 비율은 각각 28.9%, 48.0%로 나타났다. 2015년 같은 실태조사 당시 자녀가 없어도 된다는 남녀 비율은 각각 17.5%, 29.5%에 불과했는데 남녀 모두 출산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비율이 1.6배 가량 높아진 것이다. 이 같은 선택을 한 이유로 남성은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27.7%)를 1순위로 꼽은 반면 여성은 ‘자신의 자유로움을 위해’(32.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미혼남녀, 특히 미혼 여성들 사이에서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달리 기혼여성들은 원하는 만큼 자녀를 낳지 못하는 고민이 있었다. 보사연의 ‘자녀 출산 실태와 정책 함의’ 보고서를 보면 2018년 출산력 조사에서 15~49세 기혼 여성 1만1,20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평소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자녀 수는 평균 2.16명, 결혼 당시 계획한 자녀도 평균 2.0명으로 나타났다. 결혼한 여성은 여전히 2명 정도의 자녀를 출산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출산한 자녀 수는 1.75명, 향후 출산까지 고려한 기대 자녀 수도 1.92명으로 이상적인 자녀 수보다 각각 0.41명, 0.24명이 적었다.
이 같은 결과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일ㆍ가정 양립이 어렵고, 자녀 양육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기혼 여성들은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거나(43.2%), 자신이 관심 있는 일을 위해 시간을 확보하려면(38.8%) 적정한 자녀 수는 1명이라고 응답했다. 연구를 담당한 이소영 보사연 연구위원은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 지원한다고 해서 당장 개인의 선택에 큰 변화가 오진 않겠지만, 원하는 만큼의 자녀 출산이 어렵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출산을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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