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코리아’ 열풍, 연초 증시 반등 이끈다

외국인 1월 코스피 4조원 순매수… 45개월 만에 최대

반도체 대형주 매수 집중 “중국 반도체 굴기 주춤한 탓”

게티이미지뱅크

‘바이(Buy) 코리아’ 열풍이 연초 우리 증시의 반등을 이끌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코스피에서 ‘한국 대표주’로 꼽히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3년 9개월 만에 가장 많은 주식을 사들였다. 우리 경제를 겹겹으로 포위했던 글로벌 경제 불안 요인이 상당 부분 해소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1월 한 달간 코스피에서 4조5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월별 순매수 금액으로는 2015년 4월(4조6,493억원)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개인(-3조2,295억원)과 기관(-8,431억원)의 순매도세를 상쇄한 외국인들의 매수 행렬 덕에 코스피는 1월에만 8.03% 상승했고 2월 문턱을 넘자마자 작년 10월 수준인 2,20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들의 강한 매수세는 작년 말 증시 급락으로 주가가 싸진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통화긴축 완화,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 한국을 둘러싼 외부적 불안 요인이 상당히 완화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중단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됐으며 중국의 경기 부양책도 증시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수급이 양호해지면서 중기적 관점에서도 2분기 이후 완만한 반등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1월 투자자별 코스피 거래 현황 / 김문중 기자/2019-02-06(한국일보)

한국 시장을 찾은 외국인들은 반도체 대형주를 대거 사들였다. 삼성전자 주식을 2조3,352억원어치 쓸어담았고 SK하이닉스도 8,22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수 금액의 78.0%가 두 회사에 집중된 셈이다. 당연히 업종별로도 반도체가 속한 전기전자 순매수 규모가 3조4,502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순매수액의 85.2%를 차지했다. 이밖에 한국전력(1,927억원), 삼성SDI(1,238억원) 등도 외국인의 선택을 받았다.

우리나라 반도체 주의 선전에 대해 미중 무역분쟁의 ‘반사 효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양국의 무역분쟁 과정에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주춤하면서 반도체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 우려가 줄어들자 외국인들이 이를 집중 매수의 기회로 삼았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만으로도 반도체 시장이 포화된 터라 중국 기업까지 들어오면 가격이 반토막 날 지경”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의 집중 견제가 작년 말부터 연초까지 이어지면서 중국의 공급량이 줄어 한국 반도체 기업에겐 유리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