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3 대책 등 정부의 전례 없는 부동산 규제 여파로 주택시장의 ‘거래절벽’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설 명절 이후 나타날 부동산 시장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설 연휴 이후 주택시장은 신학기 등 계절적 수요가 겹치면서 주택 거래가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분위기가 사뭇 달라 봄철까지 이어질 이사 성수기에도 거래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1월 서울 매매량 6년 만에 최저
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1,877건으로 2013년(1,196건) 이후 6년 만에 1월 거래량 기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1만198건)보다는 81.6% 급락한 수치다. 서울 아파트 매매는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해 3월 1만3,813건을 고점을 찍고 가을 성수기인 9월(1만2,235건)과 10월(1만117건) 재차 늘었다가 11월 3,544건, 12월 2,299건으로 뚝 떨어졌다.
매수심리 위축으로 사실상 거래가 중단되면서 집값도 연일 하락세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월간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1월 서울 주택(아파트, 다세대ㆍ단독 등 포함)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20% 내리며 2014년 7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처음 하락 전환했다.
이 때문에 설 연휴가 부동산 시장에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최근 5년간 설 연휴 이후 아파트 매매량이 모두 증가했기 때문이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설날(2월16일)이 있었던 2월 서울에서 1만 1,986건의 거래가 이뤄졌으나 연휴 이후 3월에는 21.9%(2,623건) 증가한 1만4,609건을 기록했다. 2015년에도 설날(2월19일)이 있던 2월 8,682건에 그쳤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3월에는 1만3,602건으로 56% 가량 증가했다.
◇“봄 이사철 거래 늘겠지만 큰 폭 아냐”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환 효과’가 올해도 어느 정도 작용할 걸로 내다봤다. 2월부터 한해 이사 수요가 가장 집중되는 성수기가 찾아오는 데다가, 신학기를 앞둔 학군 수요 이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4~5월 봄 결혼 시즌을 앞둔 신혼부부 등 새집 장만 수요가 겹치면서 거래시장도 얼마간 회복되리란 것이다.
다만 ‘거래절벽’ 수준을 벗어날 만큼 시장이 활발해지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현재 급매물조차 거래되지 않을 정도로 현금부자마저 관망세”라며 “실수요자 역시 대출규제가 옥죄고 있는 상황이라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도 "대출규제가 강력해 실수요자들도 매수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거래 침체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일각에선 오히려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가 주도하고 있는 서울 집값 하락세가 설 이후 강북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강남이 조정받기 시작했는데 강북만 오를 수 없다”며 “만약 3월에 거래량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강북도 급격한 하락이 함께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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