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남부경찰청은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를 심석희 선수에 대한 성폭행 혐의 등으로 7일 오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6일 밝혔다.
조 전 코치는 심 선수가 고교 2학년 때부터인 2014년 8월부터 2017년 말까지 성폭행(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 등)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신의 범행과 관련해 심 선수를 협박하고 범행이 드러나지 않도록 심 선수에게 의무가 없는 일을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결정적인 단서는 심 선수의 메모와 조 전 코치가 심 선수에게 건넨 휴대폰 메시지 내용에서 나왔다. 우선 심 선수가 경찰에 제출한 메모에선 성폭력과 관련, 그때그때 자신의 상황을 조목조목 정리한 내용이 확인됐다. 심 선수는 지난해 12월 17일 조 전 코치를 성폭행 및 강제추행 등으로 고소하면서 2,000여 장의 메모를 제출했다. 경찰은 이 중 “오늘은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식의 자신의 심경을 적은 내용에 주목했다. 경찰에선 이런 메모가 적힌 날짜와 조 전 코치의 범행 일시 및 장소가 일치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실제 2014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태릉·진천 선수촌과 한체대 빙상장 등 7곳에서 수 차례 범행이 반복된 시점에 이런 내용의 메모가 반복적으로 남겨졌다.
조 전 코치로부터 압수한 휴대폰과 태블릿 컴퓨터(PC)에 담긴 대화 내용 역시 중요한 단서로 포착됐다.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 조사 기법을 통해 조 전 코치의 휴대폰에 남겨진 심 선수와의 대화 내용 상당수를 복원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어, 대화 내용만 봐도 범죄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만한 내용들이 담겼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피해자 측에서 비밀로 해달라고 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17일 심 선수로부터 고소장을 접수 받고 17명으로 구성된 여성대상범죄 특별수사팀을 구성,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심 선수가 제출한 증거물과 조 전 코치의 휴대폰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수사를 벌였다. 성폭행 장소로 지목된 7곳에 대한 현지조사도 마쳤다. 아울러 조씨가 성폭행 혐의를 부인할 것에 대비, 심 선수의 쇼트트랙 동료와 지인 등 9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까지 마무리 했다.
경찰은 또 피해자인 심 선수의 진술에 신빙성이 높다고 봤다. 네 차례 피해조사를 통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조 전 코치는 두 차례 걸쳐 진행된 수원구치소 접견 조사에서 “그런 사실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이 조 전 코치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참고인 9명에 대한 조사, 증거자료, 심 선수 진술, 조 전 코치 메시지 등 철저하게 수사하고 분석했다”며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전 코치는 심 선수를 비롯한 쇼트트랙 선수 4명을 상습폭행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 받았다. 이후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에서는 오히려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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