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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손석희와 가차(Gotcha) 저널리즘

입력
2019.02.06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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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사생활 보호’ 모두 헌법상의 기본권에 속한다. 법원은 두 가치가 충돌할 때 보도 동기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침해 이익과 공익의 균형 등을 따진다. 일부 언론이 손석희 사건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이들 언론의 관심은 사건의 본질인 취업청탁과 폭행 여부가 아니라 동승자에 더 쏠린다. 일방적인 주장과 추측에 근거한 선정적 보도가 난무한다. 대중의 관음증에 영합해 스캔들성 소문을 집중 보도하는 ‘가차(Gotcha) 저널리즘’의 전형이다. /JTBC 제공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사생활 보호’ 모두 헌법상의 기본권에 속한다. 법원은 두 가치가 충돌할 때 보도 동기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침해 이익과 공익의 균형 등을 따진다. 일부 언론이 손석희 사건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이들 언론의 관심은 사건의 본질인 취업청탁과 폭행 여부가 아니라 동승자에 더 쏠린다. 일방적인 주장과 추측에 근거한 선정적 보도가 난무한다. 대중의 관음증에 영합해 스캔들성 소문을 집중 보도하는 ‘가차(Gotcha) 저널리즘’의 전형이다. /JTBC 제공

언론의 자유를 강조할 때 금과옥조처럼 인용되는 명구가 있다.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경우가 주어진다면, 나는 한 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후자를 택할 것이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야인 시절이던 1787년 친구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그러던 제퍼슨이 재선 임기 말년인 1807년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선 태도가 돌변한다. ‘신문에 나타난 것은 이제 아무 것도 믿을 수가 없다. 그 오염된 매개물에 실리면 진실조차도 의심받게 된다.’ 언론에 얼마나 시달렸으면 이리 됐을까 싶다.

□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언론 자유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한다. 다른 모든 자유의 모체로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언론 자유를 ‘특권적 지위가 부여된 자유’로 무제한 보장하지는 않는다. 타인 사생활을 침해하는 보도에 대해 그 대상이 공인인가 사인인가, 그 표현이 공공 이익을 위한 것인가를 철저히 따진다. 공인이라 해도 정치인 등 공직자와 앵커 연예인 등 민간인에게 적용하는 잣대는 다르다. 우리 헌법도 ‘언론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손석희 앵커는 민간 언론사 사장이다. 공인이긴 하나 공직자는 아니다. 지난달 24일 손 사장 폭행 사건 첫 보도 이후 6일까지 손 사장 이름이 들어간 언론 보도는 2,000건을 넘는다. 이 사건의 본질은 취업청탁과 폭행 여부다. 그런데 언론의 관심은 동승자 여부에 더 쏠린다. 일방적인 주장과 추측을 토대로 대중의 관음증을 자극하는 선정적 보도 일색이다. 손 사장이 도덕적으로 나쁘다는 이미지를 퍼뜨리려는 정치적 의도도 엿보인다. 과연 이 사건이 사법농단 수사보다 더 집중 보도해야 할 공익적 가치가 있는 뉴스일까.

□ 정론을 펴는 언론이라면 국민 알 권리를 위해 공익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한국 언론은 대중의 말초적 관심을 좇는 경향이 강하다. 대표적인 게 ‘가차(Gotcha) 저널리즘’. 가차는 ‘I got you’의 준말로 ‘딱 걸렸어!’ 정도의 뜻이다. 정치인의 작은 실수나 해프닝을 꼬투리 잡아 집중 보도하는 행태를 말한다. 스캔들성 소문과 추측을 진실인양 부풀린다. 신문을 많이 팔고 시청률을 높이려는 수익 증대 목적이 크다. 여기에 상대 편의 가치를 훼손하려는 진영 논리가 가세하니 가차 저널리즘보다 더 해롭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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