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혼 남자보다 미혼 여자가 배우자를 고를 때 경제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가계 경제를 책임진다는 전통적 의식이 아직 남아 있고, 우리나라의 여성 고용 환경이 안정적이지 않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에 실린 '미혼 인구의 결혼 관련 태도' 연구보고서(이상림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자료를 활용해 미혼남녀의 결혼 태도를 살펴본 결과 이같이 나왔다. 20∼44세 미혼남녀(남성 1,140명, 여성 1,324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응답자들에게 배우자 조건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게 무엇인지('매우 중요하다'+'중요하다' 응답률, 중복응답 가능) 물어보니, 남녀 간에 다소 차이를 보였다. 미혼남성은 성격(95.9%), 건강(95.1%), 가사•육아에 대한 태도(91.1%), 일에 대한 이해•협조(90.8%), 공통의 취미 유무(76.9%) 순으로 나왔다. 이에 반해 미혼여성은 성격(98.3%), 가사•육아 태도(97.9%), 건강(97.7%), 일에 대한 이해•협조(95.6%), 소득•재산 등 경제력(92.7%)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남성(53.0%)보다 여성(92.7%)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또한 배우자 조건으로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 중에서 남녀성별 격차가 크게 나타난 문항으로는 직종 및 직위 등 직업(남성 49.9%, 여성 87.1%), 학력(남성 31.0%, 여성 55.0%), 가정환경(남성 75.1%, 여성 89.8%) 등이었다. 이들 항목은 경제력과 관련성이 높은 것들이다. 다만, 남성은 취업 상태가 아닐 경우(56.7%)가 취업자(50.7%)보다 여성의 경제력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우리 사회가 전통적으로 결혼에서 남성의 경제력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 세대의 열악한 경제 상황, 특히 여성의 부정적 경제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결혼에 대한 긍정적 태도 응답률이 남성은 50.5%로 절반을 넘었지만, 여성은 28.8% 수준에 그쳤다. 남성이 여성보다 결혼에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남성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결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유보적 응답이 늘어나는 경향을 볼 때 비혼을 여성만의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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