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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정연설’ 알면 재밌는 10가지 ‘알쓸신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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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정연설’ 알면 재밌는 10가지 ‘알쓸신잡’

입력
2019.02.06 11:17
수정
2019.02.06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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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의장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하원 합동 신년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의장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하원 합동 신년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동부시간 기준 5일 오후9시(우리시간 6일 오전 11시) 미국 연방 의회에서 취임 후 두 번째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ㆍ연두교서)을 진행했다.

연두교서는 미국 대통령이 연초에 미국 연방(the Union)의 전반적인 상황(State)에 대해 분석하고 요약해 기본정책을 설명하고, 필요한 입법을 요청하는 연설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국정연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미국의 연두교서에 대한 ‘알쓸신잡’을 모아봤다.

◆ 3부가 전부 한 자리에 모인다

연두교서가 열리는 날은 1년 중 미국 의회 의사당이 가장 붐비는 날이다. 양원 합동 회의에 대통령을 하원의장이 초대하는 형식으로 열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ㆍ하원 의원이 참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삼부 요인 모두가 참석한다. 의원들뿐 아니라 내각 장관들, 대법관, 합참 군 장성들과 의회 기자단 대다수가 한데 모이게 되는 것이다.

◆ 하지만 ’지정생존자’는 빠진다

미국 ABC방송에서도 드라마화 돼 유명해진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는 의사당이 아닌 다른 장소에 피신해 있도록 되어있다. 지정생존자는 내각 장관 중 한 명이 지정된다. 연두교서가 열리는 동안에는 의회에 대통령 뿐만 아니라 부통령 등 주요 승계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다. 올해 지정생존자는 릭 페리 에너지부 장관이다.

◆ 영국에서 본떠 온 ‘의회 연설’ 관습

연두교서는 ‘대통령은 때때로 의회에 나와 연방의 상태에 관한 정보를 밝혀야 한다’고 규정된 미 수정헌법 제2조 제3항에 의거해 행해진다. 영국 의회가 연초에 개원할 때 국왕이 교서를 낭독하는 것을 본떠,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1790부터 시작했다. 한편 이전까지는 서면으로 의회에 연설문을 제출해 대독하는 것이 전통이었으나, 1913년 우드로우 윌슨 대통령 시절부터 미 대통령이 직접 양원 합동회의에 참석해 연설하는 관행이 정착됐다.

미국 연방의회 하원 회의장의 트럼프 대통령 국정연설 전경. 워싱턴 AFP=연합뉴스
미국 연방의회 하원 회의장의 트럼프 대통령 국정연설 전경. 워싱턴 AFP=연합뉴스

◆ 전파매체 발달로 ‘대국민 연설’ 효과

20세기부터 라디오와 TV 등 전파 매체가 발달하자 연설의 파급효과 커지면서, 연두교서는의회 뿐 아니라 국민 앞에서 중요한 국정 현안 발표하는 주요 행사로 자리 잡게 됐다. 1923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은 최초로 연두교서를 라디오 중계했고, 1947년에는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연설이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됐다. 2002년에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 생중계를 최초로 하기도 했다.

◆ 부시의 ‘악의 축’, 링컨의 ‘노예제 폐지’

역사에 남을 유명한 연두교서 연설들도 있다.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는 1823년 연두교서에서 미국이 유럽에 간섭하지 않으니 유럽도 미국 대륙에 간섭하지 말라는 내용의 ‘먼로 선언’을 발표한다. 1862년에는 링컨 대통령이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면서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 발생 직후인 2002년 연두교서에서 ‘악의 축(Axis of Evil)’을 언급하면서, 북한을 이란ㆍ이라크와 함께 지목하기도 했다.

◆특별 초대손님 ‘왕따 소년 트럼프’

연두교서에는 매년 대통령의 특별 초대 손님이 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2년 연두교서에 비행기 추락 사고의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강에 뛰어든 28세 청년 의인을 초대한 이래로 관행처럼 굳어졌다. 대통령은 영부인을 포함해 총 24명까지 초대할 수 있으며, 의회 의원들도 한 명씩 초대 손님을 데려올 수 있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성이 같아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한 초등학교 6학년 조슈아 트럼프를 비롯해 총 13명의 미국 시민을 초대했다. 초대 손님 중에는 불법 이민자 출신 용의자 의해 조부모를 잃은 유가족들도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반이민 정책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클럽에서 해고된 미등록 이주노동자, 파크랜드 학교 총기난사 사건으로 사망한 아이의 친아버지, 트렌스젠더 군인 등을 초대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 ‘선착순’ 탓에 6시간 전부터 자리 다툼

의사당 내 좌석은 따로 예약이 불가능하며 선착순으로 지정되기 때문에, 6시간 전부터 미리 ‘통로 자리’를 맡으려고 기다리는 의원들도 존재한다. 일부 의원들이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사인을 받고, 본인의 정책을 언급할 기회를 얻기 위해 대통령이 입장하는 통로 쪽 좌석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다만 내각 장관들, 대법관, 외교관들, 합참 군 장성들은 지정 좌석이 존재한다.

◆공화당은 ‘왼쪽’ 민주당은 ‘오른쪽’ 언론은 ‘위’

가끔씩 관례와 달리 앉는 이들도 있지만, 대체로는 연설이 이루어지는 동안 공화당원과 민주당원은 의사당 양쪽으로 갈려서 따로 앉는다. 연단에서 바라볼 때 민주당원은 오른쪽 자리에, 공화당원은 왼쪽 자리에 보통 착석한다. 한편 언론들은 대통령 후면 위 좌석에 앉는다. 그렇기 때문에 프레스석에서는 대통령의 연설 장면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다른 청중들이 연설 내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5일 국정 연설을 하기 위해 워싱턴DC 연방의회 하원 회의장에 들어서며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의장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5일 국정 연설을 하기 위해 워싱턴DC 연방의회 하원 회의장에 들어서며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의장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 대통령 뒤 바로 보이는 두 명은 누구?

TV 화면으로 보이는 대통령 뒤 연단에 앉아 있는 바로 두 사람. 항상 부통령(상원의장)과 하원의장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과 올해 예산안을 두고 대척해 온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앉게 된다.

◆반박 논평 연설도 존재한다!

1966년부터는 대통령의 연두교서 이후에 야당 주요 인사가 텔레비전 방송이 되는 반박 논평 연설을 내놓기 시작했다. 최초는 공화당 상원의원장 에버릿 덕슨과 공화당 하원의원장 제럴드 포드가 린든 존슨 대통령 연설 뒤에 논평을 내놓은 것이다. 보통 스튜디오에서 청중 없이 논평을 내놓는 게 일반적이지만, 대중 연설처럼 진행될 때도 있다. 2004년에는 뉴멕시코주 주지사인 빌 리처드슨이 최초로 스페인어로 대응 연설을 내기도 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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