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
2014년 성추행 의혹 도마에 올라
고결한 인품의 상징인 노벨평화상 수상자이면서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지낸 인물이 ‘#미투’ 의혹에 휩싸였다. 5일(현지시간) 핵 군축 활동가인 알레한드라 아르세 본 에롤드는 198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오스카르 아리아스 산체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이 2014년 12월1일,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에 있는 아리아스의 자택에서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폭로했다. 최근 지구촌에서 터진 ‘미투’ 관련 폭로 가운데 최고위급 인물이 연루된 사건이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중미 좌ㆍ우파 간 내전을 중재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아리아스 전 대통령의 업적은 오명으로 덮일 것으로 전망된다.
NYT에 따르면 아르세는 핵 군축을 위해 아리아스 전 대통령을 종종 만났으며, 2014년에도 비엔나 회의를 논의하기 위해 그의 집을 방문했다가 가슴과 신체 은밀한 부위에 추행을 당했다. 아르세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난 그때 뭘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없어 울 수 밖엔 없었다”며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아르세는 몇몇 사람들에게 그 일을 말했다고 전해졌다. 아르세의 동료들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고 증언했다.
아리아스 전 대통령 측은 변호사를 통해 “여성의 의지에 반해 그러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밝히며 “법정에서 결백을 주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르세 측은 3시간여 동안 검사와 만나 증언한 10페이지 분량의 문건을 NYT에 제공했다. 아르세는 “핵 군축 분야에서 아리아스 전 대통령은 중요한 인물이었기에 이 사건을 공론화하는 데 두려움이 있었다”고 말하면서도 “그와 같이 일하는 젊은 활동가들을 위해서 옳은 일을 해야 한다”고 이 폭로에 대해 설명했다.
아리아스 전 대통령은 이번 미투 사건을 제외하고서도 2008년 생태보전지역에서 환경영향평가가 끝나기 전에 캐나다 회사에 금광 채취 허가를 내 준 것에 대해서 이미 피소된 바 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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