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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아이디어 덕분에 군산 5일장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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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아이디어 덕분에 군산 5일장 활기”

입력
2019.02.06 14:50
수정
2019.02.06 17:5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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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앞둔 지난 1일 군산시 대야 5일장의 김신근(왼쪽 셋번째) '장터구이 김' 가게를 찾은 군산대 학생들이 조끼와 장바구니 등에 사용할 캐릭터를 꺼내 보이고 있다.
설을 앞둔 지난 1일 군산시 대야 5일장의 김신근(왼쪽 셋번째) '장터구이 김' 가게를 찾은 군산대 학생들이 조끼와 장바구니 등에 사용할 캐릭터를 꺼내 보이고 있다.

설을 앞둔 이달 1일 전북 군산시 대야면 재래시장. 전통 5일장이 선 이날 장터는 풍성했다. 손을 호호 불 정도로 날씨는 추웠지만 300m쯤 펼쳐진 장터는 명절 대목인 탓에 크게 북적거렸다.

장터 중간에 자리한 노점 ‘장터구이 김’에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찾아와 주인 김신근(61)씨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양손에 김을 든 이들은 큰 소리로 “금방 구워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맛김” “설날 떡국에 비벼넣기 딱 좋은 김”이라고 외치며 행인들을 상대로 판촉활동까지 벌였다. 이어 주변 상인들에게 장바구니ㆍ앞치마ㆍ조끼 등 견본품을 보여주면서 의견도 들었다.

이날 60~70대 이상이 태반인 전통 5일장에 나타난 이들은 군산대 산학협력선도대학사업단(LINC+ㆍ김동익 단장)이 진행 중인 ‘대야 5일장 살리기’ 프로젝트 참가 구성원들이다. 이 캠페인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이로운(20ㆍ중문과 2년)씨는 “30~40년 전에는 전라도는 물론 충청도에서 소를 실은 트럭이 줄지어 몰려 와 사람이 다니기 힘들 정도로 번성했다던 장터가 한산하고 썰렁한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며 “더구나 젊은이는 없고 나이 든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지키고 있어 곧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5일장 살리기에 앞장서자는 데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이씨를 비롯한 인문대와 예술대 학생 10여명은 2주에 한번 꼴로 5일장을 찾는다고 했다. 이들은 장터 상인 및 지역 주민들과 함께 시장의 문제점 분석과 더불어 발전 방향 아이디어도 고민했다. LINK+사업단 교수와 군산시 공무원들도 힘을 보탰다. 이들은 특히 대야 5일장 홍보와 시장의 현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캐릭터ㆍ마크ㆍ브랜드 개발에 주력했다.

1주 뒤에는 학생들이 제작한 ‘대야 5일장-넓은 들, 깊은 정’이란 홍보소식지가 제작된다. 소식지에선 ‘대야 5일장의 유래’를 비롯해 ‘맛집 소개’ ‘단골손님 이야기’ ‘특산물 소개’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된다. 내용 취재는 물론 사진 촬영도 이들의 몫이다.

학생들은 장바구니와 조끼, 앞치마 등에 사용할 캐릭터, 브랜드 등을 디자인하고 장터 지도도 만들었다. 캐릭터는 번성했던 대야 우(牛)시장의 소를 의인화했다. 이름은 대야 5일장이 1일, 6일에 열리는 것을 상징해 ‘하루(여자)’와 ‘육일이(남자)’로 이름을 붙였다. ‘넓은 들’이라는 뜻이 담긴 대야(大野 )엠블렘도 만들었다.

상인들에겐 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품바ㆍ각설이타령 같은 문화공연과 동남아 이주 여성들이 참여하는 음식코너, 장에서 구입한 채소와 고기를 재료로 한 요리 점포개설도 제안한 상태다. 또 젊은층 유치를 위한 버스킹 같은 공연, 블로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 아이디어도 내놨다.

김동익 군산대 LINC+사업단 교수는 “우리 학생들이 쇠락해 가는 전통 5일장을 살릴 회생의 불씨를 지폈다”며 “이를 계기로 주민과 상인들이 발전 방안을 스스로 고민하고 컨설팅을 받자고 나서는 등 의식변화에 물꼬를 튼 게 더 큰 성과”라고 말했다.

군산=글·사진 최수학 기자 shc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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