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난달 말 120여명의 사상자를 낸 필리핀 가톨릭 성당 연쇄 자살폭탄 테러 현지에 조사팀을 파견하기로 했다. 앞서 필리핀 수사 당국이 범인을 ‘인도네시아인 부부’로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4일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경찰 대테러 특수부대(덴수스 88) 소속 병력을 필리핀으로 보내 용의자 신원 파악을 돕기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인도네시아 당국자는 “우리는 아직 용의자의 진짜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으며, 어떤 조직과 연계돼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필리핀 최남단 술루주 홀로 섬에선 지난 27일 오전 주일미사 중인 성당에서 두 차례 연쇄 폭발이 일어나 22명이 숨지고 101명이 부상했다. 이어 지난 1일엔 에두아르노 아노 필리핀 내무장관이 “범인은 인도네시아인 부부로 확인됐다”며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반군 아부사야프의 도움을 받아 테러를 저질렀다”고 밝힌 바 있다.
필리핀 당국은 술루주에 거주해 온 인도네시아인 남성이 부인을 불러들여 자살폭탄 테러에 감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십자가 목걸이를 착용한 부인이 성당으로 들어 먼저 폭탄을 터뜨리고, 군경이 달려오자 남편이 성당 출입구 근처에서 추가로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인도네시아에서는 당혹감과 함께 즉각 반발이 나왔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포스트는 인도네시아 소재 분쟁정책연구소(IPAC)의 시드니 존스 소장의 발언을 인용, 필리핀 성당 자살테러 용의자들이 인도네시아인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카르타 소재 테러ㆍ극단주의연구센터 소속 전문가, 울타 레브니아는 자살폭탄을 주도한 남성이 인도네시아 테러단체인 자마 안샤룻 타우힛(JAT) 조직원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인도네시아 경찰 단속을 피해 자살폭탄 희망자 상당수가 필리핀 남부로 넘어간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로 극단주의 무장단체 및 범죄단체, 종파간 분쟁 등의 이유로 테러가 끊이질 않던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테러조직 단속을 대폭 강화해 396명의 반군 조직원을 검거하고 25명을 사살했다. 특히 작년 5월 테러 청정지역으로 알려졌던 수라바야에서까지 부녀자와 어린 아이들을 동원된 테러가 발생하자, 최고 수위로 테러조직을 압박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8월 하계 아시안게임을 개최했다.
울타는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IS가 지난 2016년 필리핀 남부를 ‘칼리프령’(Caliphate)으로 선언하고 동남아 지역 추종자들에게 필리핀의 이슬람 반군에 합류할 것을 촉구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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