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일본 도쿄의고서점과 출판사들이 밀집해 있는 진보초(神保町)의 북카페 ‘책거리’에서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등을 낸 최은영 작가가 일본 독자들을 만났다. 다음날인 30일 진보초 출판클럽에서 열린 일본의 온유주(又柔) 작가와 최 작가의 북토크에는 2,000엔이라는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80명이 넘는 독자들이 몰렸다. 온유주 작가는 ‘일본어로 읽고 싶은 책 번역’ 콩쿠르의 심사위원을 맡았고, ‘쇼코의 미소’는 이 콩쿠르에서 ‘가장 읽고 싶은 책’으로 꼽혀 일본에 번역됐다. 이번 독자와의 만남과 북토크 행사는 책 번역 출간을 기념해 열린 것이다.
일본 내 국내 도서의 인기가 뜨겁다. ‘82년생 김지영’은 지난해 출간 이후 두 달여 만에 6만부 가까이 팔렸다. ‘82년생 김지영’ 일본어판을 출간한 지쿠바쇼보(筑摩書房)는 판매 이틀 만에 증쇄를 결정했고 2월 현재 5쇄를 찍었다. 일본에서 한국 소설이 1만부 이상 팔리면 베스트셀러로 분류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인기다. 이 외에도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 피플’,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 등을 출간한 아키쇼보 출판사는 오는 4월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을 출간할 계획이다.
일본 내 한국문학의 인기는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 많아서다. 특히 ‘82년생 김지영’은 일본 내 뿌리깊은 성차별에 문제 의식을 품은 일본 여성 독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30일 최은영 작가의 북토크에도 이와 같은 질문이 주를 이뤘다. ‘일본 작가들의 작품과 달리 세월호 사건이나 베트남 전쟁 등 사회적 사건이 소설 안에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점이 놀라웠다’는 한 독자의 언급에 최 작가는 “제가 작가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특히 최근 10년 동안은 그런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어 소설에도 자연스럽게 표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쇼코의 미소’가 주로 여자들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 같다’는 질문에는 “여성주의에 대해 공부하게 되면서 ‘개안’을 하는 듯한 경험을 했고, 여성주의를 받아들이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됐다”고 답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거나 진짜 우정을 모른 채 피상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는데, 정말 많이 그런가 싶었다”며 “결국 기존에 짜인 가부장적인 판 때문에 약자들끼리 싸우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여자들의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복잡한 결을 갖고 있다는 걸 소설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 작가들 중에서도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연이어 일본에 번역되는 것 역시 일본 내 여성 독자들의 높은 관심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82년생 김지영’과 마찬가지로 페미니즘 소설로 분류되는 ‘현남 오빠에게’도 이달 일본에 번역 소개될 예정이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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