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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자락 2월, 제주에서 ‘복고’를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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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자락 2월, 제주에서 ‘복고’를 즐기세요

입력
2019.02.04 10:00
수정
2019.02.0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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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산. 제주관광공사 제공.
영주산. 제주관광공사 제공.

겨울의 끝자락인 2월 제주에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추억의 여행을 떠나보자.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손자, 손녀까지 가족들 모두 즐길 수 있는 ‘핫한 복고’들이 요즘 제주를 달구고 있다. 제주관광공사가 ‘힙한 제주스러움, 뉴트로(New-tro) 제주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추천한 관광지, 자연, 체험, 축제, 음식 등 제주 관광 추천 10선을 참고하면 더 재미있는 제주여행을 떠날 수 있다. 뉴트로(New-tro)는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Retro)가 아닌 새로운 복고를 뜻하는 신조어다.

우선 제주에서 ‘까치까치 설날’을 흥겹게 맞는 법으로 제주민속촌과 제주목 관아 ‘설맞이 민속행사’를 추천한다. 설 연휴, 가족과 추억을 쌓고 전통의 의미를 되새길만한 곳을 찾는다면 서귀포시 표선면의 제주민속촌으로 가보자. 관아 행사장에서 윷놀이,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를 즐기고 가오리연, 대나무 바람개비를 만들 수 있다. 풍물패의 신명나는 리듬과 지름떡, 달고나 만들기 등 입을 즐겁게 할 체험도 준비되어 있다. 특히 한복을 입고 가면 50% 가격에 입장할 수 있으니 꼭 참고하시길. 설을 맞아 제주목 관아는 놀이마당으로 변신한다. 굴렁쇠, 투호, 널뛰기 등 민속놀이를 자유롭게 체험하도록 도구를 비치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폐교 여행. 제주에서는 얼마 전부터 폐교가 핫플레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제주의 색을 더하고, 넓은 공간을 활용해 카페와 갤러리 등으로 변신을 꾀한 제주의 폐교들.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명월초등학교는 최대한 옛날 학교의 모습을 살려 카페와 소품샵으로 단장했다. 넓은 운동장이 있어 애견 동반이 가능하고, 아이들도 안전하게 뛰어놓기 좋다. 야외 테이블이 있는 학교 주변은 산책 삼아 걷다보면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서귀포시 표선면의 자연사랑미술관은 가시리초등학교를 활용한 사진갤러리. 사진가 서재철의 작품을 통해 제주의 사계절을 언제든 감상할 수 있고, 학교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 전시로 폐교의 역사까지 품어내 더욱 의미가 깊다.

흑백사진관에서 추억을 남기는 방법도 추천 드린다. 빛나는 인생의 한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마음을 사진으로 남겨 보자. 선명한 색감의 사진을 스마트폰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요즘, 잊혀져가던 흑백사진은 사람들의 감성을 더욱 자극한다. 특히 제주의 풍경은 굳이 색감을 넣지 않아도 제주만의 느낌이 묻어나기에 흑백사진에 생기가 돈다. 동문시장에 위치한 선우스타일(제주시 동문로 16 동문시장 2층)은 인물과 표정에 집중한 단정하고 깨끗한 흑백사진 스타일이 특징. 곱은달사진관(제주시 조천읍 곱은달길 24)과 보통청춘기록실 청춘사진관(제주시 한림읍 귀덕 11길 1)에서는 각 사진관의 개성이 듬뿍 담긴 제주스러운 배경 앞에서 흑백사진을 남길 수 있다. 세 곳 모두 예약제로 진행되니 사전 연락은 필수다.

시간을 되돌려 복고여행을 즐길 수 있는 관광지인 선녀와 나무꾼(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267)과 두맹이 골목. 복고 테마파크인 선녀와 나무꾼은 20∽30년 전 동네와 학교 그리고 제주의 전통마을을 구현해 관광객을 과거로 데려간다. 곳곳에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고, 대부분 실내 전시이기 때문에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추위를 피하면서 즐기기에 좋다. 개장시간은 오전 8시 반부터 일몰시까지. 원도심 두맹이 골목(제주시 일도2동 두맹이골목)으로 가면 좀 더 살아있는 제주의 과거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제주를 꼭 닮은 벽화로 채워진 주택 골목 사이사이를 걷다보면 그 시절 제주로 타임슬립한 느낌. 더불어 나만의 촬영 포인트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귀포시 표선면에 자리한 영주산에서는 천국을 만날 수 있다. 신선이 살았던 산이라는 뜻의 영주산은 해발 326m의 기생화산. 생각보다 경사가 있어 숨이 가빠오지만 산 중턱에 다다르면 발 아래로 동쪽 제주의 풍광이 펼쳐진다. 드넓은 대지 위에 솟아있는 수많은 오름과 멀리서도 빛을 내는 푸른 바다가 보이고, 등 뒤로는 한라산이 그 위용을 뽐낸다. 3분의 2정도 올랐을 때 영주산의 하이라이트, 천국의 계단이 시작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포기하지 않고 올라보자. 포기하고 싶을 때쯤 도착하는 정상에서 맛보는 천국은 꿀같이 달콤할 것이다.

제주민의 일상 속에 숨 쉬던 건물이었으나 이제는 잊혀져 가는 두 건물이 마을의 역사와 제주만의 감성으로 채워져 다시 태어났다. 옛 남제주군 대정면사무소를 활용한 ‘대정현역사자료전시관’은 대정현의 역사와 현재를 기록하고 미래를 꿈꾸는 전시로 꾸며졌고, 40여년간 남성마을주민의 피로를 풀어준 대중목욕탕 ‘반석탕’(제주시 남성로 158-6)은 젊은 문화기획자의 손길을 거쳐 반석탕과 남성마을의 역사를 감각적으로 풀어낸 문화공간이 됐다. 대정현역사자료전시관은 월요일 휴무를 제외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상시 운영한다. 반석탕은 현재 진행 중인 전시의 경우 이달 6일까지 관람가능하고, 그 이후에는 다른 전시로 꾸며질 예정이다.

비양도. 제주관광공사 제공.
비양도. 제주관광공사 제공.

섬 속의 섬 비양도 여행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쌓일 것이다. 협재 앞바다에서 손 뻗으면 닿을만한 거리에 자리한 비양도. 조용한 어촌마을이지만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병풍화 못지않은 유려한 풍경들로 가득 차있다. 해안가를 따라 둘러진 길에서는 새들의 안식처가 되는 코끼리 바위와 영험하다는 애기 업은 돌을 만날 수 있다. 섬의 뒤편의 우리나라 유일의 염습지인 팔랑못은 이 섬에 신비로움을 더한다. 마지막으로 비양봉에 올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협재해변과 한라산을 감상해보자. 제주 속의 섬을 가장 빠르게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섬마을은 한림항도선대합실에서 약 20여분이면 도착한다.

허름한 외관과는 정반대의 트렌디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 제주의 옛날 가게의 외관을 그대로 살린 빈티지 식당이 있다. 눈으로는 제주의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고, 입으로는 스타일리쉬한 요리를 맛볼 수 있어 뉴트로한 제주를 만나는 최적의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 곳곳에서 빈티지 식당이 성업 중인데 소바만 판매하는 ‘오로라식품’(제주시 동광로 12)은 제주침시술소 간판을, 함박스테이크가 유명한 ‘부자식당’(제주시 서광로 5길 9)은 같은 이름의 간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수제버거 전문 ‘양가형제’(제주시 한경면 청수동 8길 3)는 청수리 평화동 회관을 리모델링했다. 각 식당의 운영시간과 휴무일을 꼭 확인하고 찾아가는 것이 좋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있다. 봄소식을 갖고 오는 매화. 겨울과 봄 사이, 제주에 봄의 색을 입히는 홍매화와 백매화의 매력은 2월에서 3월초에 절정을 이룬다. 서귀포에 위치한 예래생태체험관(서귀포시 예래로 213)과 걸매생태공원(서귀포시 서흥로 4-42)에서 만개한 매화를 만날 수 있다. 산책길 양옆으로 피어난 꽃들이 추위를 무릅쓰고 찾아온 당신을 반긴다. 예래생태체험관과 걸매생태공원은 입장료를 받지 않아 부담 없이 제주 매화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꿩엿. 제주관광공사 제공.
꿩엿. 제주관광공사 제공.

끝으로 제주의 옛맛인 꿩엿을 소개한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옛 제주에서 꿩은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귀한 식재료였다.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제주 어머니들은 꿩엿을 고았는데, 이 시기에 꿩의 살이 통통하게 오르기 때문이었다. 꿩엿은 전통적인 조청을 만드는 방법과 같은데, 조청을 만들어 삶은 꿩고기를 넣으면 완성된다. 조청의 달달한 맛과 입안에서 씹히는 쫄깃한 꿩고기의 식감이 어우러져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맛이 입안에 번진다. 겨울철 기력을 보하고, 감기를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는 꿩엿. 면역력이 약한 노인과 어린이의 보양식으로도 좋다. 꿩엿을 제조하는 공장이나 마을에서 꿩엿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고 꿩엿도 판매하고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제주관광공사의 2월 추천 관광 10선은 제주관광정보 누라집(www.visitjeju.net)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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