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2ㆍ27 전당대회 유력 당권주자 3인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 홍준표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는 묘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법고시를 패스한 법조인 출신에다 현역 국회의원 배지를 달지 않은 원외인사라는 점, 그리고 이번 전당대회 출마 자격시비에 시달렸다는 점입니다.
‘정치 신인’ 황 전 총리와 한동안 당을 떠나있었던 오 전 시장은 전당대회 피선거권 논란에 직면했습니다. 한국당 당헌에 따르면 1년에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책임당원에게만 피선거권이 주어지는데 황 전 총리와 오 전시장은 각각 지난 15일과 지난해 11월 입당, 당원이 된 지 3개월이 안된 신입당원이었기 때문이지요.
물론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당 선거관리위원회와 당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현재는 비상대책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예외적으로 책임당원으로 인정받아 출마를 할 수도 있습니다. 오 전 시장의 경우는 오는 2월 10일에 3개월째 당비를 납부하면 전당대회 전에 자력으로 책임당원 자격 획득이 가능한 상황이기도 했고요.
그러나 법조인 출신인 이들이 기본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출마를 하는 것을 두고 뒷말이 많았습니다. 특히 황 전 총리는 한국당 선관위 유권해석(이들에게 예외적으로 책임당원 자격을 부여) 결정이 나기도 전에 공식 출마선언을 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홍 전 대표는 본인의 대표직 사퇴로 인해 치러지는 전당대회에 다시 출마하면서 논란이 된 케이스입니다. 지난해 6ㆍ13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참패하면서 그 책임으로 물러났던 홍 전 대표가 재도전장을 내민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홍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출마선언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홍준표 재신임 선거”라는 말로 이 같은 논란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홍 전 대표가 선출되면 한국당 당대표 명단에 연속으로 ‘홍준표’ 이름이 나란히 기록되는 이색적인(?) 풍경을 보게 됩니다.
공교롭게도 세 주자 모두 원외인사라는 점도 눈에 띕니다. 원외인사들끼리 당권을 놓고 다투는 상황이 보기 드문 풍경이기 때문이지요. 30여년간 공직에 있었던 황 전 총리는 여의도 정치 경험이 전무하고, 오 전 시장은 16대 국회의원, 홍 전 대표는 18대 국회의원을 끝으로 배지를 달지 않았습니다.
당 대표가 굳이 현역 의원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제1야당 대표로서 존재감 부각이나 대여 투쟁에 한계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국회 본회의장은 현역 의원만 입장할 수 있기 때문에 배지를 달지 않은 당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할 수 없습니다. 국민을 상대로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며 야당의 비전을 세일즈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말이지요.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자 당대표로 영입됐던 원외인사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도 2016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2번으로 배지를 달고 난 후에야 교섭단체대표연설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또한 원외 당 대표는 주요 법안처리나 의사결정 등 본회의장에서 일어나는 굵직한 이벤트의 순간에도 플래시 세례를 받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11월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당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본회의장 2층 관람석에 앉아 연설을 듣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손 대표 역시 현역 의원이 아니어서 본회의장에 앉을 수 없던 것이지요.
공교롭게도 닮은꼴 출사표를 던진 3인이 2ㆍ27 전당대회에서 어떤 결과를 보여줄 지, 아니면 3인이 아닌 다른 후보가 반전을 일으킬 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전당대회 레이스를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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