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마냥 미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북극에서 내려온 ‘극소용돌이’의 영향으로 미국의 최저기온은 -30도, 체감온도는 -50도까지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북극과 남극에 상주하는 성층권 인근의 폭풍인 극소용돌이는 최근 몇 년 새 미국 내륙으로 남하하는 일이 잦아졌다. 극소용돌이의 외각에 부는 제트기류가 소용돌이의 남하를 저지하는데, 이 기류가 뒤틀리면서 소용돌이가 북아메리카 대륙을 덮친다.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호수가 얼고 20명이 넘는 한파 사망자가 속출한 ‘살인적 추위’지만, 미국 시민들은 특유의 재치로 매서운 바람을 헤쳐가고 있다.
뜨거운 물을 머리 위로 뿌려 퍼지는 증기를 촬영한 사진은 ‘한파스타그램’의 필수품이다. 널어놓은 바지가 그대로 얼어붙었다면 걷어서 녹이기 전에 세워놓고 ‘인증’하는 것 역시 미국 문화권의 오래된 유머다. 일부로 바지를 얼려서 이웃집 앞에 세워놓고 집을 나서는 이웃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 한 겨울에 비키니를 입고 있는 눈사람은 아무리 추위에 인상을 찌푸린 사람이라도 한 번은 웃게 한다.
거리의 노숙자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행인, 칼바람 속에서도 묵묵히 화마와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은 유머 대신 따듯함으로 추위에 맞선다. 추위에 마냥 위축되지 않은 채 되레 즐기고, 돕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겨울을 보낸다. 웃음도, 온정도 모두 사람에게서 나오기에, 결국 살을 에는 추위는 곁에 있는 사람들과 이겨간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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