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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제가 받은 도움, 수많은 피해자와 나누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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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제가 받은 도움, 수많은 피해자와 나누고 싶어”

입력
2019.02.01 16:53
수정
2019.02.01 19:4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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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항소심이 열리는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 출석하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한 여성단체 회원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서재훈 기자
1일 항소심이 열리는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 출석하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한 여성단체 회원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서재훈 기자

“징역 3년6월에 처한다”

1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항소심 재판 선고가 있었던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312호 중법정. 홍동기 부장판사가 최종 선고를 내리자 방청석 곳곳에서 ‘와’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 ‘실형 선고로 인한 도망의 염려’를 들어 안 전 지사를 법정구속하자, 방청석을 메운 여성들은 “감사합니다” 환호성을 지르며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피해자 김지은(34) 전 수행비서의 변호인단 가운데 일부는 서로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도 흘렸다. 반년 전 1심 무죄 판결 때 탄식이 쏟아졌던 것과 정반대 풍경이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오후 2시18분 회색 정장 코트에 와인색 목도리를 두르고 서울고법에 들어섰다. 그를 기다리던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회원들은 ‘유죄’라고 쓰인 카드를 흔들며 “안희정은 유죄다”라고 일제히 외쳤다. 안 전 지사는 ‘피해자 김지은씨에게 할 말 없나’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법정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변호인단과 잠시 인사를 나눈 뒤 생각에 잠겼고, 1시간 넘게 진행된 선고 내내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인 채 10개의 혐의 중 9개가 유죄로 인정되는 것을 들었다.

피해자 김 전 비서는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진실을 있는 그대로 판단해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김 전 비서는 “안 전 지사와 분리된 세상에서 살게 됐다”면서 “그 분리가 제게는 단절을 의미한다. 화형대에 올려져 불길 속 마녀로 살아야 했던 고통스러운 지난 시간과의 작별이다”라며 그 동안의 소회를 털어놨다. 이어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더 고민하려 한다”며 “제가 받은 도움을 힘겹게 홀로 증명해야 하는 수많은 피해자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김 전 비서는 건강 문제 등으로 이날 선고를 직접 지켜보진 못했다.

공대위 등 여성단체 회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유죄 판결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며 환호했다. 공대위는 “위력은 존재 자체가 곧 행사일 수 있음을 인정한 안 전 지사 유죄 판결을 환영한다”면서 “1심 재판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피해자에게 심각한 2차 피해는 물론 수많은 여성들의 공분을 초래한 것에 대해 사법부가 겸허히 성찰하라”고 촉구했다. 김 전 비서 변호를 맡은 정혜선 변호사는 “성인 여성이 어떻게 그렇게 반복적으로 당할 수 있느냐는 이유로 다수의 법조인들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예상했다 한다”면서 “하지만 회사, 학교, 문화예술체육계에서 우리 여성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계에서 억눌러왔던 피해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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