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선거로 당선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겠다”며 ‘임시 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선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국가 재건을 위한 경제 계획’을 발표했다. 2014년 저유가의 공습 이후, 사상 최악의 물가상승과 극심한 경기 침체에 빠져 있는 베네수엘라 경제 상황을 지적하면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멈추고, 석유 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특히 현재 국유화한 에너지 산업에 대한 민간 투자를 허용하는 등 기존 정부의 경제 노선을 완전히 뒤집은 개혁 방안까지 제시했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과이도 의장은 이날 베네수엘라중앙대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새 정부가 경제를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경제 계획을 공개했다. 이번 계획에는 베네수엘라의 생명줄이나 다름 없는 석유 자원을 민간 자본의 투자에 대해 개방하고, 인플레이션으로 식량난과 생필품 부족 사태를 겪는 국민들에게 공공재와 공공서비스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마두로 정부가 남발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에 빠진 뒤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은 지 오래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막대한 오일머니를 벌어들이던 시기,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 개발 기업을 국유화하고, 빈곤층에 대한 무상의료 및 무상교육을 무리하게 추진해 내수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결과다. 이에 대해 과이도 의장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베네수엘라 경제를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밖에도 재건 계획에는 △베네수엘라 부채 규모 감소 △ 화폐 가치 평가절하 등 현 정부의 통화정책 폐기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임시 대통령’ 과이도 의장에 대한 지지의사를 계속 표명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8일 마두로 정부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페데베사(PDVSA)에 대한 제재를 시작했다.
과이도 의장은 연설 말미엔 마두로 대통령을 향해 “가족에 대한 위협을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외부 일정으로 부재 중일 때 특수경찰대(FAES)가 집을 방문해 딸과 함께 있던 아내 파비아나를 찾았다”면서 “독재정권은 이런 행위로 우리가 겁먹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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