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3분의 2 이상 동의해야 대표 연임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대해 ‘제한적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고, 대한항공에는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 박탈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한진그룹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진그룹은 1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이번 결정으로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경영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국민연금에서 정관 변경을 요구해 올 경우 법 절차에 따라 이사회에서 논의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대해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 관련 배임ㆍ횡령의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때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으로 정관 변경을 추진하기로 한 것에 반발하는 모양새이지만,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을 놓고 표대결까지 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한 것에 내심 안도하고 있다.
그러나 조 회장의 경영권이 박탈당할 수 있는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대한항공 측이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외국투기 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임원의 선임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정관은 ‘이사 선임과 해임을 특별결의사항으로 분류해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 직을 연임하려면 주총 참석 주주의 과반수 이상 찬성(주총 보통 결의)이 아닌,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조 회장 일가 지분은 33.34%에 불과해 34%의 우호 지분을 확보해야 조 회장이 연임할 수 있고, 대한항공 지분의 11.68%를 보유중인 국민연금은 22%의 우호 세력만 확보하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언제라도 저지할 수 있는 구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외국 자본에 의해 인수합병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변경한 정관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연금도 원하는 이사를 선임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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