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도입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에 처음 적용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1일 한진칼에 정관 변경 등 최소한의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정관 변경은 경영참여 주주권 중 가장 약한 조치다. 정관 변경 내용은 “모회사나 자회사 등에서 이사가 횡령과 배임 등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됐을 때 결원이 되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으로 정관이 변경될 경우 횡령ㆍ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양호 회장이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한진칼 등기이사에서 자동 해임된다. 한진 측은 “정관 변경을 하려면 주주 과반수의 참석과 참석자 3분 2의 찬성이 필요하다”며 필요 시 표 대결로 정관 변경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조 회장과 우호지분을 합하면 28.93%로, 통상 주총 출석률 60%를 적용할 경우 한진 측이 5% 내외의 우호지분만 더 확보하면 정관 변경은 어렵다. 하지만 지분 10.71%를 보유한 2대 주주로 경영 참여를 요구 중인 ‘강성부 펀드’가 7.34%를 소유한 국민연금 측에 설 가능성이 높고 기타 연ㆍ기금과 기관투자자들, 조 회장 일가에 분노한 소액주주들까지 합세하면 결과는 섣불리 점치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기금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한 기업 가치 극대화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는 것은 필요하고 바람직하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직접 특정인을 이사회에서 배제하기 위해 정관 변경을 시도하는 것이 과연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와 기금 수익성을 높이는 결정인지는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더구나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이 3월에 이뤄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가 더 빈번해질테고 그때마다 결정 배경에 수익성 제고 이 외의 드러나지 않은 다른 요인이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따른다면 기업 활동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에 앞서 기금운용위의 독립성 확보와 전문성 제고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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