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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캐슬’ 속 법률 쟁점, 현실이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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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캐슬’ 속 법률 쟁점, 현실이라면 어땠을까?

입력
2019.02.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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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서울대 의대에 합격시켜 부를 대물림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상류층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려내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SKY캐슬’이 1일 막 내렸다. 공부와 사교육이라는 소재 자체가 신선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색다른 접근 방식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녹여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드라마로 기록됐다.

드라마 내용 중에는 자살방조나 명예훼손 등 범죄로 볼 여지가 있는 다소 극단적 상황도 제시됐다. 드라마는 드라마일뿐이지만, 현실에서 드라마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어떤 법률적인 책임을 져야 할까? 드라마 SKY 캐슬의 결정적 장면에서 부각된 법률 쟁점 3가지를 짚어봤다.

김주영(오른쪽) 선생이 영재(왼쪽)를 바라보며 부모에 대한 복수심을 자극하는 장면. JTBC제공
김주영(오른쪽) 선생이 영재(왼쪽)를 바라보며 부모에 대한 복수심을 자극하는 장면. JTBC제공

 ◆김주영 선생, 영재 엄마 자살의 방조범 될까 

우선 영재 엄마(김정난 분)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입시코디네이터 김주영 선생(김서형 분)의 자살방조 혐의 성립 여부다. 김주영 선생은, 공부도 잘하고 착하지만 서울대 의대를 향한 부모의 지나친 집착 속에 메말라가는 영재에게 동기부여를 심어주기 위해 부모에 대한 복수심을 자극한다. 영재가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흔들릴 때마다 “일단 서울대 의대에 합격해. 그리고 부모가 가장 행복할 순간에 그걸 산산조각 내버려. 그게 진짜 복수니까”라고 설득했다. 부모에 대한 복수심을 키우며 공부한 영재는 결국 서울대 의대에 합격하지만, 김주영 선생의 말대로 부모와 연을 끊은 채 첫사랑이었던 가정부 가을이에게 떠난다. 아들의 가출에 이어 그간 아들이 부모에게 철저히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공부했다는 사실을 안 영재 엄마는 충격에 휩싸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렇다면 이 경우 영재 엄마가 자살하는데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한 김주영 선생은 과연 법적 처벌을 받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해당 에피소드 이후 온라인상에는 김주영 선생이 영재 엄마의 자살을 방조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지만, 그렇지 않다. 자살방조죄는 자살하려는 사람의 자살행위를 도와줘 용이하게 실행하도록 함으로써 성립된다. 쉽게 말해 자살하려는 이에게 노끈이나 번개탄 등 자살실행을 위한 도구를 제공하거나 자살을 설득하는 식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김주영 선생이 결과적으로 영재 엄마가 자살할 것을 예상했다거나 자살하게 하려 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아 법적인 처벌은 어렵다”고 말했다.

영재네 비극을 동화로 쓰겠다는 수임(왼쪽)과 이를 반대하는 예서 엄마(오른쪽)가 말다툼을 벌이는 장면. JTBC제공
영재네 비극을 동화로 쓰겠다는 수임(왼쪽)과 이를 반대하는 예서 엄마(오른쪽)가 말다툼을 벌이는 장면. JTBC제공

 ◆영재네 얘기 책으로 쓰는 수임, 명예훼손죄 될까 

영재네 가족의 비극을 책으로 쓰겠다는 이수임(이태란 분)의 행위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동화작가인 수임은 김주영 선생의 악랄함을 고발하기 위해 영재네 가족에게 벌어진 일을 동화로 쓰기로 결심하지만, 캐슬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다. 영재네 얘기가 알려지면 캐슬 주민들이 피해를 볼 것을 우려한 것이다. 주민들은 검사 출신 로스쿨 교수인 차민혁(김병철 분)을 앞세워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겠다며 수임을 강하게 압박한다. 하지만 수임은 “난 르포작가가 아니라 동화작가이고, 영재네 비극을 사실대로 기록하겠다는 게 아니다”며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저항한다. 그렇다면 만약 수임이 영재네 가족 얘기를 동화로 썼을 때 정말 명예훼손죄에 해당할까?

변호사들은 “쉽게 인정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명예훼손은 공연히(불특정 또는 다수 사람이 알 수 있도록)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죄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누구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분명해야 하고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만한 사실을 적시한다는 고의 등이 있어야 한다.

이를 드라마에 대입하면 캐슬 주민들이 수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서울지역 지방법원의 A 판사는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분명해야 하는데, 이 때 피해자는 자연인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집단이나 법인 등을 피해자로 볼 것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임의 말대로 동화는 특정 사건을 있는 그대로 쓰는 게 아니라 모티브를 삼은 정도에 불과해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A판사는 드라마의 상황을 상정해 “만약 캐슬 주민들이 아닌 영재나 영재 아버지가 수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도, 피해자를 특정하는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이 부분에서 걸려 명예훼손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을 보며 초조해하는 예서. JTBC제공
시험을 보며 초조해하는 예서. JTBC제공

 ◆유출 문제로 전교 1등한 예서도 처벌 대상? 

유출된 기말고사 시험지를 입수해 전교 1등을 한 강예서(김혜윤 분)를 처벌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서는 김주영 선생이 예서네 학교 조 선생과 손 잡고 빼돌린 시험지를 미리 풀어본 뒤 기말고사에서 만점을 받는다.

이 장면은 지난해 서울 숙명여고에서 벌어진 시험문제 유출 사건과 비슷한 경우다. 숙명여고에 재학중인 쌍둥이 자매는 같은 학교 교사인 아버지를 통해 시험지를 미리 받고 정답을 외워 성적을 대폭 끌어올린 의혹을 받았다. 아빠는 구속됐고, 쌍둥이들 또한 가정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예서는 어떨까? 쌍둥이 자매들처럼 재판에 넘겨질까?

예서의 경우는 좀 다르다. 시험지 유출은 학교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기 때문에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데, 이는 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시험지가 유출된 것을 알고도 성적 향상을 위해 눈감았을 경우에만 범죄가 성립한다. 경찰 조사 결과, 현실의 숙명여고 쌍둥이의 경우 적법하지 않은 방식으로 유출된 문제임을 알면서도 암기장에 전과목 답안을 미리 적어 외웠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하지만 드라마 내용상 예서는 쌍둥이 자매와 달리 시험지 유출을 미리 알지 못해 처벌 대상이 아니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드라마 내용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 시험 문제 유출의 처벌 대상은 김주영 선생과 조 선생 정도”라며 “예서나 예서 엄마는 뒤늦게 알았기 때문에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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