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G7(주요 7개국)’ 국가이자 유로존 내에서도 독일ㆍ프랑스에 이어 경제규모 3위인 이탈리아 경제가 또다시 ‘경기침체’에 빠졌다. 만성적인 불경기에 더해, 최근 이탈리아의 대중인기 영합적 정권이 재정 확대를 추구하다 유럽연합(EU)과 벌인 대립으로 불확실성이 증폭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5년 만의 경기침체
1일 외신에 따르면 전날 이탈리아 정부가 발표한 작년 4분기 이탈리아의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2%였다. 작년 3분기(-0.1%)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인데, 이는 통상 기술적인 경기침체 상황으로 분류된다. 이탈리아의 경기침체는 2013년 이후 5년만이자, 2010년 유로존 위기 이래 세 번째다.
이탈리아의 불안은 곧바로 유로존 전체에 악영향을 끼쳤다. 같은 날 유럽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4분기 유로존 19개국 성장률은 0.2%로 나타났다. 스페인과 프랑스가 각각 0.7%와 0.3% 성장률로 선전했지만 이탈리아발 악재를 뒤덮지는 못했다. 결국 유로존의 2018년 연간 성장률은 1.8%로 2014년 이래 가장 낮았다.
이탈리아 경기침체의 원인으로는 무역전쟁과 브렉시트, 최대 교역국 독일의 경제 둔화 등 외부 요인이 거론된다. 그러나 영국 경제전망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이탈리아 내수와 투자부족 문제도 심각하다며 경제 불확실성과 기업 신뢰도 저하가 오히려 침체의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EU와 수개월 대립
특히 지난해 ‘EU 재정규칙’을 놓고 이탈리아 정부와 EU 집행위원회가 수개월간 벌인 대립이 경제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작년 3월 총선 이후 수립된 대중주의 좌ㆍ우파 연립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긴축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며 감세와 복지지출 확대를 동시에 추구하는 적자 재정 예산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EU 집행위는 “과도한 적자 재정”이라며 이 예산안 승인을 거부했다.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은 결국 작년 말 적자 비율을 일부 낮추는 선에서 타협했지만 이탈리아의 기본 정책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2010년 유로존 위기 이후 도입된 EU 재정규칙은 회원국의 재정적자 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3%, 공공부채를 GDP의 60% 이내로 매년 억제하자는 원칙이다. 과거에도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에서 위반 사례는 있었지만, 이탈리아처럼 EU와 회원국이 정면 대립한 적은 없었다. 이탈리아는 유로존 가운데서도 이미 공공부채(2조6,000억달러)가 GDP의 132%에 이르는 빚더미에 올라 앉은데다, 침체 이전에도 1%대 성장을 벗어나지 못하며 유로존의 골칫거리였다.
그럼에도 이탈리아 정부의 확장 재정 열망은 여전하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경기침체는 일시적”이라며 “하반기에는 (새 정책으로) 경제의 새 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탈리아의 실세 부총리 중 한 명인 루이지 디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더 나아가 “이번 경기침체야말로 긴축을 중단하고 EU의 재정규칙도 완화해야 한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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