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해운대역사 뒤편에 조성된 새 상권
젊은 감각과 이색적 분위기로 입소문 퍼져
지난해부터 점포 늘어, 30여곳 성업 중
지난 1일 오후 2시 부산 옛 해운대역사 뒤편(우동1로20번길, 38번길 일원)에는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2~3층 높이의 낮은 주택가에 30여곳의 가게가 자리잡고 있는 이곳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해리단길’로 불리며 해운대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설 연휴를 보내기 위해 서울에서 왔다는 최은지(22ㆍ여)씨는 “부산에 사는 친척동생이 여기를 꼭 가보라고 추천해 오게 됐다”면서 “전부 평범한 가정집을 가게로 꾸며 저마다 개성이 잘 살아있는 것 같고, 해운대에서 이렇게 아기자기한 골목들을 만나니 이색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부산시가 10대 히트상품으로 선정한 해리단길은 1년도 안되는 시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입소문이 났다. 해리단길발전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윤제영(41)씨는 “원래 해운대역사에 가려져 이쪽 동네가 잘 보이지 않았고, 주택가라서 상가는 거의 없었다”면서 “해운대역이 옮겨가고 지하철역에서 바로 이곳으로 올 수 있는 길이 생기면서 2~3곳 밖에 없던 가게들이 지난해 봄부터 몰리기 시작해 지금은 30여곳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회장은 “지금도 곳곳에 가게를 하기 위해 공사 중인 곳이 많다”면서 “지하철역이 가깝고, 전국적인 관광지인 해운대해수욕장이 앞에 있는 등 점포를 하기에 이만한 입지 조건을 갖춘 곳도 흔하지 않다”고 말했다.
해리단길은 대체로 2~3층 높이의 주택들로 이뤄져 있으며, 아직은 여전히 평범한 가정집들이 많다. 그런 주택들 사이에 2~3개의 가게들이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다. 가게들은 젊은 감각으로 깔끔하게 꾸며져 있으며, 하나같이 실외 건물색을 하얀색, 파란색, 보라색 등 한가지 색을 이용했다. 간판이나 가게 입구도 단색 톤으로 꾸며, 가게 외양 분위기는 유럽의 지중해 도시의 이미지를 풍긴다.
가게의 대부분은 커피숍과 식당이 주를 이루지만 수제버거집, 일본식 찻집, 카레전문점, 유부초밥집, 브런치카페, 라면집 등 장르와 메뉴는 다양하다. 대부분이 30대 초반의 젊은 사장이 운영하고 있으며, 프랜차이즈는 거의 없다.
친구들과 왔다는 이유미(27ㆍ여)씨는 “집이 근처라서 친구들과 해리단길을 자주 오는 편인데 가게들 마다 실내 인테리어도 잘 돼 있어서 셀카를 찍으면 이쁘게 잘 나온다”면서 “복잡하고 높은 건물이 많은 해운대에서 철길 하나만 건너면 이런 한적함과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게 해리단길의 큰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리단길도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윤 회장은 “다행히 임대료 상승은 미미한 수준이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도 강화돼 젠트리피케이션이 직접적인 위협은 안되는 수준”이라면서 “정작 급한 것은 주차공간인데 식사시간대나 주말이면 차량이 골목 한 쪽을 차지해 주민과 적잖은 실랑이가 빚어진다”고 말했다.
현재 해리단길 1㎞ 근처 거리에 공영주차장이 마련돼 있지만 처음 오는 관광객들이 찾아가기 쉽지 않고, 대부분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이용을 하고 있다. 이에 상인들은 해운대역 부지 담을 허물고 내부를 주차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철도시설공단과 해운대구에 요청했지만 부지 용도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진행은 되지 않고 있다.
윤 회장은 “철도시설공단은 부채를 이유로 해운대역 부지에 13층 규모의 숙박업소를 만들려고 하는데 말도 안되는 계획”이라면서 “해운대역 정거장 부지는 지난 80여년간 소음과 진동, 분진 속에서 살아온 해운대역 주변 주민들에게 공원으로 돌아와야 하고 그래야지 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해운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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