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에서 반도체 생산용 화학물질을 개발하던 연구직 노동자가 또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반도체 생산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직뿐 아니라 연구직의 건강도 큰 위협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1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에 따르면 삼성SDI 수원사업장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황모(32)씨가 지난달 29일 사망했다. 2014년 5월부터 선임연구원으로 삼성SDI에서 반도체 생산용 화학물질 개발을 담당하던 황씨는 2017년 말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 항암치료와 골수 이식을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반올림은 추모 성명을 통해 “발암물질을 다루면서도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었다”면서 “백혈병을 일으키는 벤젠, 폼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또한 “2007년 황유미씨의 백혈병 사망이 알려진 뒤로 12년이 지났건만 노동 현실을 바뀌지 않았다”며 “삼성은 신속히 산업재해를 인정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삼성SDI 측은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약속했지만 계열사에서 일했던 근로자는 대상에서 빠졌다. 반올림은 계열사 근로자도 보상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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