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활동가 김산하ㆍ김한민 형제
가구 수 5%가 동물 유기… 동물 생명으로 존중해야
“한 해 발생하는 유기동물이 10만마리라고 한다. 우리나라 2,000만가구의 5%가 동물을 버리는 것이다.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단체 케어가 수년간 구조한 동물 200여마리를 임의로 안락사시킨 사실이 밝혀지면서 넘쳐나는 유기동물을 줄이는 근본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김산하(43)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과 김한민(40) 시셰퍼드코리아 활동가는 지난달 31일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케어 사태는 단순히 동물보호단체 대표 개인의 인성 문제로만 볼 수 없다”면서 “동물을 존중하지 않고, 유희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형제 사이인 두 사람은 각자의 분야에서 동물보호 활동을 하고, 협업을 하기도 한다. 김산하씨는 인도네시아 정글에서 긴팔원숭이를 연구한 국내 1호 야생 영장류학자로, 동물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동물보호교육활동, 동물보호 전시회 등을 기획하고 있다. 김한민씨는 국제 해양생물 보호전문환경단체인 시셰퍼드에 이어 한국지부인 시셰퍼드코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둘은 지난해 화천 산천어축제, 울산 고래축제 등 국내 동물축제를 반대하는 축제인 ‘동축반축’ 캠페인을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한민씨는 우리나라 동물보호 운동이 양적인 성장에만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에 케어 사태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얼마나 많은 개들을 구조했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져왔다는 얘기다. 김한민씨는 “후원자들도 후원한 활동 자체에만 의미를 두었던 것 같다”며 “한 마리를 구조하더라도 이후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하고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관심을 보였다면 이같은 사태를 예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산하씨도 “키우던 동물을 장난감처럼 함부로 버리는 문제가 큰 것 같다”면서 “이 같은 사태는 우리나라가 평소에 동물을 어떻게 여기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화천 산천어축제를 비롯해 체험동물원, 개식용 문제 모두 동물을 생명으로서 존중해야 할 대상이 아닌 인간의 유희를 위해 이용하는 도구로서 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깔려 있다고 말한다.
특히 동물축제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동물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재미로 동물을 ‘대량학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김한민씨는 “울산고래축제는 고래를 가두고, 먹고, 착취만 한다. 산천어축제 역시 산천어를 인공적으로 조성한 하천에 가두고 단기간 내 엄청난 수의 동물을 학대하고 죽인다”며 “어차피 먹을 음식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이렇게 잔인하게 함부로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달 5~27일까지 열린 올해 산천어축제에만 동원된 물고기만 약 200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천어 축제로 인한 하천 파괴 문제도 지적했다. 하천 밑바닥을 정비하고 주변 식생을 없앰으로써 생태계가 파괴됐다는 것이다. 김산하씨는 “빙어축제, 송어축제 등 산천어 축제를 모방한 축제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면서 “지역주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물고기를 수입하는 양식업자들에게 대부분의 수입이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체험동물원이나 개식용 역시 법의 사각지대 속 인간이 돈을 벌기 위해 고안한 것일 뿐 동물이 받는 고통에 대해서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와 고양이의 복지를 논하면 돼지나 소 등 다른 가축들의 문제를 거론하는데 서구권 역시 동물권은 개와 고양이 문제부터 출발했다고 했다. 이들은 “개만 보호하자는 게 아니라 모든 생명을 존중하자는 것”이라며 “먼저 개부터라도 처우를 개선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올해 캠페인의 주제를 ‘쓰레기와 동물’로 잡았다. 쓰레기가 전 지구를 압도하고 있는데 이를 동물이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한민씨는 “특히 해양동물의 경우 물고기, 새 한 마리당 플라스틱 몇 조각이 들어있을 정도로 쓰레기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동물이 플라스틱에 유기물이 붙고 이끼가 끼면 먹는 것과 구별하지 못해 삼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산하씨는 “우리는 동물의 서식지를 쓰레기로 뒤덮고, 동물의 몸을 쓰레기처럼 다루고, 쓰레기가 된 동물을 먹고 있다”며 “쓰레기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동물을 존중하는 것은 동물에 대한 취향과 애정의 문제와는 다른 것”이라며 “동물도 자연에서 살아갈 본원적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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