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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선 여전히 검색되는 ‘음란물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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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선 여전히 검색되는 ‘음란물 키워드’

입력
2019.02.01 14:00
수정
2019.02.01 17:41
8면
0 0

상위 29곳 중 19곳서 검색

금칙어 필터링 교묘하게 피하고

‘제휴 콘텐츠’는 그대로 노출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불법 촬영 피해로 인해 죽음을 택한 희생자를 기리는 '이름 없는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 참석자들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웹하드의 불법촬영물 유통 문제를 방관했다고 주장하며, 웹하드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를 요구했다. 한설이ㆍ현유리 PD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불법 촬영 피해로 인해 죽음을 택한 희생자를 기리는 '이름 없는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 참석자들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웹하드의 불법촬영물 유통 문제를 방관했다고 주장하며, 웹하드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를 요구했다. 한설이ㆍ현유리 PD

지난해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구속 이후 불법촬영 음란물 유통의 근원으로 ‘웹하드 카르텔’이 지목됐음에도, 모바일 웹하드에선 여전히 ‘도촬’ ‘유출’ 같은 키워드가 검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일보 의뢰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주요 웹하드 29개 업체 가운데 19개 업체의 모바일 플랫폼에서 ‘몰래’ ‘몰카’ ‘강간’ ‘도촬’ ‘유출’ 같은 불법촬영 음란물 키워드가 검색됐다. 같은 웹하드 회사의 PC 플랫폼에서는 금칙어 설정 때문에 검색이 되지 않는 단어가 모바일에서는 그대로 검색되거나, PC에서 검색되지 않던 것들이 모바일 검색 때는 추가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금칙어 필터링을 피하기 위한 꼼수도 여전했다. ‘몰래’는 ‘모올래’로, ‘강간’은 ‘강1간’으로, ‘유출’은 ‘U출’로 바꾸는 방식이다. 금칙어 필터링이 비교적 잘 돼 있는 모바일 웹하드라 해도 문제의 단어가 포함된 ‘제휴 콘텐츠’는 검색결과에 그대로 노출됐다. 제휴콘텐츠란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의 심사과정을 거쳐 저작물로 등록한 합법적 영상물을 뜻한다. 이번 조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모바일 웹하드 모니터링 방침이 발표된 지난달 24일 직후인 25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됐다.

양진호 사건 뒤 웹하드를 통해 불법촬영 음란물이 대거 유통되는 문제가 부상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쏟아냈다. 그 중 하나가 ‘금칙어 기반 필터링’이다. ‘도촬’ ‘유출’처럼 불법촬영 음란물임을 암시하는 키워드를 금칙어로 지정, 아예 검색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모바일 웹하드는 이 대상에서 빠져 ‘규제 사각지대’란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11월 모바일 웹하드를 ‘특수 유형의 온라인서비스’ 등록 대상으로 지정했다. 모바일 웹하드도 금칙어 기반 필터링의 적용 대상이 된 것이다. 여기에 맞춰 방통위도 지난달 24일 모니터링 대상 매체를 PC에서 모바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법촬영 음란물임을 암시하는 단어가 검색되는 현상에 대해 관련 기관들은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웹하드 플랫폼 관리 감독 기관인 방통위는 “어떤 단어를 금칙어로 넣고 뺄 지의 여부를 정부에서 결정하는 것을 두고 ‘표현의 자유’에 위반된다는 우려가 많다”며 “상식 수준에서 문제가 될만한 키워드들에 한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영등위 또한 ‘성기 노출 여부’ 같은 기준으로 영상물 등급만 평가할 뿐 제목의 자극성, 선정성 판단에는 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영등위 관계자는 “성범죄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는 공감하지만, 주어진 기준 이외의 것을 문제 삼아 시정을 요구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승희 한사성 대표는 “성범죄, 성폭력을 연상시키는 표현이나 콘텐츠는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학습 효과를 일으킨다”며 “불법촬영 음란물 문제에 대해 늘 주변자인 것처럼 구는 방통위가 큰 책임을 진 주요 기관임을 인정하고 적극적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불법촬영 음란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들을 기리는 ‘이름 없는 추모제’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미온적 대응을 멈추고 장기적 비전을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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