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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한 죽음 원한다” 11만명이 의향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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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한 죽음 원한다” 11만명이 의향서 썼다

입력
2019.02.01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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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 시행 1년

3만5000명이 연명의료 중단ㆍ유보

“환자 결정” 31.5% “가족 결정’ 67.7%

Figure 1 의학적으로 소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고통스러운 연명의료를 지속하기보다 존엄성을 지키며 삶을 마무리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Figure 1 의학적으로 소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고통스러운 연명의료를 지속하기보다 존엄성을 지키며 삶을 마무리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음은 아프지만 부친의 뜻에 따라 연명치료를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연명치료를 하면 말 그대로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는 그렇게 삶을 연장하는 것을 원치 않으셨습니다.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가족을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지난해 12월말 만성심부전 환자였던 임모(85)씨가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세상을 떠났다. 투석치료를 중단한 지 2년 만이었다. 고인의 장남인 임모(55)씨는 “부친이 2년 전 가족들에게 고통스런 투석치료를 그만 받겠다고 하면서, 건강이 악화돼 의식을 잃어도 투석이나 인공호흡기 등 연명치료를 받지 않고 세상을 떠날 수 있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임씨의 가족들은 고인이 사망하기 이틀 전 의식이 없는 환자를 대신해 병원 측에 연명의료 행위 거부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2월 4일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소생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고통스러운 연명의료를 계속하기보다 존엄성을 지키며 삶을 마무리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늘어나며 임종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31일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지난해 2월 4일부터 올해 1월 28일까지 연명의료를 중단·유보한 사람이 3만5,431명에 달한다.

연명의료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이용해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수명을 연장하는 활동을 말한다. 연명의료를 처음부터 시행하지 않는 경우를 ‘유보’, 시행하다 멈추는 경우를 ‘중단’이라고 부른다. 적용대상은 수개월 내에 사망이 예상되거나(말기), 사망에 임박했다고(임종과정) 담당의사와 전문의가 판단한 환자다. 본인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거나,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을 원했다는 가족의 일치된 진술·합의가 있을 때(환자가 의식을 잃었을 경우) 시행한다. 건강한 사람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서 미리 뜻을 밝힐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환자가 직접 유보·중단을 결정한 경우가 1만1,255명으로 전체의 31%를 차지했고, 가족이 결정한 경우가 2만3,626명(67.7%)이었다.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둔 경우는 283명으로 0.8%에 그쳤다. 1년간 11만3,000여명이 의향서를 작성했지만 아직 임종과정에 이른 경우는 드물기 때문으로 보인다.

‘죽음의 방식을 선택한다’는 새로운 문화가 서서히 확산되면서, 의식이 없는 환자의 연명의료 행위 중단을 위해 동의를 받아야 하는 가족의 범위가 시행 초기 지나치게 넓었다가 축소되는 등 문제점도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도 있다. 현재 실제로 연명의료를 멈출 수 있는 의료기관은 전체 3,337곳 중 5%에 그친다. ‘사망이 임박했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이 168곳뿐인 탓이다. 설치율은 상급종합병원(100%)이 가장 높고 종합병원(31%) 병원급(0.6%)으로 갈수록 떨어졌다. 임종을 앞둔 고령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조차 불과 22곳(1.4%)만 위원회를 설치했다. 대안으로 정부가 전국 8개 병원에 설치한 공용윤리위원회는 복잡한 절차 등을 이유로 위탁을 기피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도 있다. 무연고자나 독거노인 등 가족과 연락이 끊어진 환자가 사전에 연명의료계획서를 쓰지 않은 상태에서 의식을 잃었을 경우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계속할 수 밖에 없다.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사무총장은 “무연고자 임종은 매일 일어나는 현상인데 입법과정에서 대책이 빠졌다”면서 “윤리위를 통한 결정 등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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