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석 달 만에 2,200선을 탈환한 코스피가 설 이후 내친 기세로 2,300선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지난해 힘든 시기를 지나 올해는 ‘회복기’를 맞이한 만큼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쟁 수준으로 치달았던 미중 무역분쟁이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풀려가고, 한국 증시에 대한 저평가도 해소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돌아오는 외국인 매수세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코스피는 2,206.20으로 마감하며 3개월 만에 2,200선을 회복했다. 지금껏 매도세를 유지하던 외국인과 기관이 매수세로 돌아선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외국인과 기관들은 지난달 30일 각각 3,100억원어치, 190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다음날도 이런 흐름을 이어갔다.
코스피 반등은 미중 무역협상이 새해엔 차질 없이 진행될 거란 기대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9일 미국 사법당국이 화웨이를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해 중국 측이 반발하면서 양국 무역협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화웨이 사건과 무역협상은 별개 이슈이며, (양국 협상에서) 중대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서둘러 진화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므누신 장관의 무역협상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시장 불안감을 해소했고 우리나라 증시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국내 증시에 유리하게 작용해 코스피를 2,300선까지는 무난히 견인하리란 게 금융투자업계 관측이다. 미중 무역환경 안정세와 더불어 중국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 또한 국내 기업들의 활로를 넓혀줄 거란 기대감을 더한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는 한국 시장은 물론이고 주변국 모두에도 회복기”라며 “특히 한국은 부정적 이벤트가 거의 없어 가까운 시일 내 2,300선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는 여전히 저평가”
2,200선 회복은 저평가 받던 한국 시장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신호’라는 점도 2,300선 수복 전망에 힘을 보탠다. 현재 코스피 상장사 주가는 실적에 비해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ㆍ주당순이익 대비 주가)은 9.6배로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9.2배)과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갔다. PER가 낮다는 것은 기업 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게 평가됐음을 뜻한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예상 이익’을 높게 잡는 바람에 주가와 괴리가 커진 탓이다.
박지훈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 부문장은 “올해 들어 기업들이 이익 추정치를 낮게 조정하면서 주가와의 괴리가 축소(PER 증가)되고 있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높은 예상 실적과 낮은 주가의 차이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투자자들이 빠져 나갔을 것인데, 이젠 한국 시장에 대한 미래예측력이 높아져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크레디트스위스가 기관투자가 28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 글로벌 시장 대비 좋은 성과를 보일 시장으로 가장 많이 꼽힌 건 중국, 그 다음은 한국이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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