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인수 검토’ 이틀 만에… 텐센트가 가장 큰 경쟁자
매물로 나온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 인수에 카카오에 이어 넷마블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인수전이 한국 자본과 외국 자본의 대결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의 ‘큰형님’ 격인 넥슨의 해외 매각을 걱정하던 업계에서는 국내 게임업체의 참전을 반기는 눈치다.
넷마블은 31일 넥슨 인수 참여를 공식화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두 달 전부터 넥슨 인수를 검토했고, 한 달 전 최종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의 자산인 넥슨이 해외에 매각되면 우리 게임업계 생태계 훼손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돼 국내 자본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 인수전에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넷마블의 발표는 카카오가 “넥슨 인수를 검토한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나왔다. 앞서 카카오는 29일 “아직 본격적으로 인수 자문사를 선정한 상태는 아니지만, 다각도로 인수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 동안 넥슨 인수 의향을 밝힌 곳은 중국 게임업체 텐센트를 비롯해 골드만삭스, 글로벌 사모펀드 등 모두 해외 자본이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이 해외에 매각될 경우 기술은 물론 인재들까지 국외로 유출되는 상황을 맞게 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면서 “1세대 게임 기업의 매각 여부가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와 부인인 유정현 NXC 감사가 갖고 있는 지분이 지주회사인 NXC와 자회사 넥슨(일본 법인), 손자회사 넥슨코리아를 지배하는 구조인데, 전체 매각가는 1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각각 2조원 미만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카카오와 넷마블이 단독으로 넥슨을 인수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때문에 두 회사 모두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가 손잡고 넥슨을 인수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경우에도 컨소시엄 구성은 필수적이다.
연간 매출이 40조원을 넘고 현금성 자산도 2017년 기준 5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 게임사 텐센트가 두 업체의 가장 큰 경쟁자다.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를 유통하고 있는 텐센트로서는 연간 1조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넥슨에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텐센트는 그 동안 ‘리그오브레전드(LoL)’를 제작한 라이엇게임즈 등 전세계 대형 게임업체들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추진해왔다.
다만 텐센트도 단독으로 넥슨을 인수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중국 자본에 대한 국내 여론이 매우 좋지 않은 데다 넥슨을 포함해 고급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 유럽 가상화폐거래소 ‘비트스탬프’ 등 NXC가 별도로 보유한 계열사까지 선뜻 인수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텐센트가 카카오 지분 6.7%와 넷마블 지분 17.7%를 보유하고 있는 점도 인수전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텐센트로서는 카카오나 넷마블이 넥슨을 인수하더라도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김정주 대표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주 NXC 대표는 지분 매각설이 나온 직후 “어떤 경우라도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혜택에 보답하는 길을 찾을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을 낸 바 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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