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신고식’ 이어 1일 ‘컴백데이’ 예매율 폭발
“단 2점 넣더라도 팀이 이겨야… 자신있게 공격”
고양 오리온의 ‘두목 호랑이’ 이승현(27ㆍ197㎝)이 프로농구 코트에 ‘승현 앓이’를 몰고 왔다. 상무 제대 전부터 끊임 없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더니 전역 후에도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이 끊이질 않는다.
고양 홈 팬들도 2월1일 ‘이승현 컴백데이’에 맞춰 벌써 2,400여장을 예매했다. 상무 전역 후 특정 선수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프로농구에서 이례적인 일로, 오리온 구단도 선수 본인도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승현의 가치는 복귀전부터 드러났다. 이승현은 지난 30일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 1년 8개월 만에 코트를 밟아 13점 8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두목 호랑이’의 귀환을 알렸다. ‘두목 호랑이’는 고려대 시절 대학 무대를 평정하면서 생긴 별명이다.
2015~16시즌 오리온을 챔피언에 올려놓은 이승현은 복귀와 함께 팀의 최대 약점인 골 밑을 강점으로 바꿔놨다. 덕분에 오리온은 외국인 선수 한 명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압도적인 ‘1강’ 현대모비스를 꺾었다. 후반기 판도를 뒤흔들 다크호스로 떠오르자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정규리그는 4위, 플레이오프는 챔피언 결정전 우승”이라고 숨김 없이 욕심을 냈다.
31일 고양체육관에서 만난 이승현은 “3년 전 챔프전을 뛸 때보다 이번 복귀전이 더 긴장됐다”며 “내가 이런 관심을 받아도 되나 싶었다. 물론 부담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일단 현대모비스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아직 안도하기는 이르다. 홈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경기는 2위 인천 전자랜드(2월1일) 전이기 때문이다. 3일간 1, 2위 팀을 연달아 마주하게 된 이승현은 “첫 고비를 넘겼더니 두 번째는 전자랜드”라면서도 “힘든 팀들이지만 다 이기면 확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랜드전은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 앞에서 전역 신고식을 치르는 날이다. 구단도 팬들을 위해 이승현 친필 사인 티셔츠, 복귀 환영 클래퍼 및 입장권 제작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이승현은 “내가 팀에서 사랑 받는 존재라는 게 놀랍다”면서 “‘컴백데이’ 행사를 기획한 담당자 형이 원래는 안 그러는데, 이날은 꼭 이겨달라고 했다. 평일인데도 예매 표가 많다고 하니까 너무 좋다”고 웃었다.
시즌 초반 팀이 10연패를 당할 때 상무에서 TV 중계를 보며 마음 아파했다는 이승현은 “지난 시즌에도 팀 성적이 안 좋았기 때문에 복귀하면 팀 성적만큼 꼭 끌어올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1위와는 승차가 벌어졌기 때문에 일단 4~5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가고, 그 다음 큰 일을 한번 내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한 “나만의 농구 철학은 내가 20점을 넣고 팀이 지는 것보다 2점을 넣더라도 팀이 이기는 것”이라며 “리바운드와 수비, 스크린 등을 열심히 하고 찬스가 생길 때는 자신 있게 공격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양=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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