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 방미영(37)씨는 최근 호주의 한 구매대행 업체를 통해 현지 키즈브랜드 ‘스미글’의 책가방을 5만7,000원에 구입했다. 가방은 3만9,000원(구매대행 업체 제시가)으로 저렴한 편이었지만, 해외 배송비가 1만8,000원이나 했다. 하지만 방씨는 국내 유명 가방들보다 싸고 500g 정도로 가벼워 딸의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학기를 앞두고 책가방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100만원대 고가 키즈 브랜드를 비롯해 뉴발란스, 나이키, 휠라 등 스포츠 브랜드들도 초등학생 책가방을 10만~20만원대로 내놓고 있다. 신발주머니와 보조가방까지 사면 수십만원이 깨지기 일쑤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부담스럽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 때문에 요새 서울 강남 일대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키즈 브랜드가 바로 ‘스미글’이다. 스미글은 색연필이나 가위, 메모지 등을 한꺼번에 넣을 수 있는 사각형 필통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크게 비싸진 않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아 최근 1, 2년 사이 ‘강남 필통’ ‘필통계의 샤넬’ 등으로 불리며 인기를 모으다 스미글 가방으로도 관심이 확대됐다.
스미글은 국내에 정식 수입업체가 없다. 아시아에선 홍콩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입점해 있을 뿐이다. 방씨처럼 구매대행이나 해외직구를 통해 스미글 제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자 지난해 위메프, 티몬 등 소셜커머스나 지마켓, 11번가 같은 오픈마켓에서 병행수입업체를 통해 본격 판매하기 시작했다. 물통과 필통은 1만~4만원대, 가방은 6만~8만원대다. 티몬 측은 “판매 초기였던 작년 3월과 올 1월 판매 추이를 비교하면 1,900% 이상 상승률을 보였고, 지난해 12월과 1월 매출을 비교해도 292%나 상승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스미글이 희소성과 가성비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국내 정식 매장이 없으니 ‘내 아이만은 남들과 다른’을 중요시하는 요새 학부모들에겐 최고의 ‘명품’이 됐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이송희(39)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딸에게 해외직구로 스미글 가방과 필통, 물통까지 세트로 사준 가격이 10만원 정도였다”며 “아이의 만족도가 꽤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입소문이 만든 ‘신개념 명품’은 스미글 이전에도 있었다. 미국 브랜드 ‘포터리반’ 키즈’다. 바퀴가 달린 일명 ‘롤링가방’으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을 타자 현대리바트가 포터리반을 소유한 미국 기업 윌리엄스 소노마와 2017년 계약을 맺고 현대백화점과 아웃렛 7개 매장에서 포터리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포터리반 가방은 5만~10만원대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최근 미국 본사에서 한국 학생들을 위한 신발주머니까지 출시했다”고 말했다. 포터리반 키즈가 특정 국가 단독 상품을 내놓은 건 처음이다.
유통업계에선 스미글과 포터리반이 기존의 명품 개념을 바꿔놓고 있다고 평가한다. 희소성과 입소문이 해당 제품을 소유하고 싶은 소비자의 욕구를 끌어올렸고, 예상보다 비싸지 않은 가격과 사용 후 만족도가 제품의 가치를 높였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가의 명품만을 좇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품질과 가격 등에서 두루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명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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