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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호주 체감 온도차 100도... 극한 날씨에 숨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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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호주 체감 온도차 100도... 극한 날씨에 숨 막힌다

입력
2019.01.31 17:10
수정
2019.01.31 18: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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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영하 31도까지 떨어진 30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미시간호 수면 위로 얼어붙은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시카고=EPA 연합뉴스
기온이 영하 31도까지 떨어진 30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미시간호 수면 위로 얼어붙은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시카고=EPA 연합뉴스
지난 30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거리에 나선 시민들의 모습. 시카고=EPA 연합뉴스
지난 30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거리에 나선 시민들의 모습. 시카고=EPA 연합뉴스

말 그대로 ‘살인 추위’와 ‘살인 더위’가 지구촌 북반구와 남반구를 동시에 덮쳤다. 미국 중부에서는 30일(현지시간)까지 최소 8명이 한파에 목숨을 잃은 반면, 정반대 호주에서는 더위 탓에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그 중간 아열대 지역에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군대를 투입 나라도 있다. 지구촌이 ‘극한 날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북서부에 최저기온 섭씨 영하 30도 안팎의 기록적 한파가 몰아쳤다. 제트기류가 약해진 틈을 타 북극 상공에만 머물러야 할 ‘찬 공기 소용돌이’가 수천㎞나 남하했기 때문이다. 체감온도 영하 50도 안팎에 달하는 추위로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55세 남성이 차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언론은 제설작업을 하다가 힘에 붙여 넘어진 뒤 동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다른 남성은 일리노이주 리버티빌에서 제설기에 깔려 숨지는 등 이번 한파로 최소 8명이 사망했다. 각 병원엔 동상과 저체온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어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북극 추위는 모든 사회적 기능을 마비시켰다. 학교는 모두 닫았고, 직장인들도 출근을 포기했다. 일대 항공 2,500여편이 취소됐고, 맥주 유통업자들은 거리에 나서는 순간 맥주가 얼어버려 배달을 포기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NYT에 “바깥에 피부를 노출하는 것만으로도 동상 위험이 있다”며 “정말로 필요할 때를 제외하면 밖에 나오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곳에선 땅 속 수분이 얼어 부피가 팽창하면서 ‘충돌음’이 울리는 현상도 관측되고 있다.

호주 퀸즈랜드의 뱀 사냥꾼 루크 헌틀리가 지난 25일 더위 탓에 집 안으로 들어온 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호주 퀸즈랜드의 뱀 사냥꾼 루크 헌틀리가 지난 25일 더위 탓에 집 안으로 들어온 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반대로 호주 사람들은 뱀들의 공격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집으로 침입해야만 목숨을 건질 정도로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퀸즈랜드주에서 활동하는 뱀 사냥꾼 루크 헌틀리는 최근 2m가 넘는 비단뱀을 일반 가정집 욕실에서 잡았다. 열린 문으로 잠입한 뱀이 수분을 찾아 욕실로 이동한 것이다. 브리즈번에 거주하는 헬렌 리차드도 변기에 앉았다가 엉덩이에 통증을 느꼈는데, 1.5m 길이의 비단구렁이가 변기 안에서 피서 중이었다.

물고기 집단 폐사도 잇따르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스주 서부 메닌디 인근 달링 강에선 죽은 물고기들이 떠올라 ‘하얀 카펫’처럼 깔렸다고 가디언이 28일 전했다. 가뭄으로 강 수위가 너무 낮아졌고, 이상고온 탓에 용존산소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남호주주의 애들레이드는 지난 24일 섭씨 영상 46.6도를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 영하 48도까지 떨어진 미국 미네소타와 비교하면 100도 가까이 차이가 난 셈이다.

지난 30일 방콕 시내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육교에 오르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지난 30일 방콕 시내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육교에 오르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태국 최대 도시 방콕은 미세먼지로 홍역을 앓고 있다. 31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날 낮 초미세먼지(PM 2.5)농도는 162㎍/㎥를 기록했다. 이틀 전(113㎍/㎥)보다 더욱 악화한 것이다. 겨울이 건기여서 12월부터 강수량이 적은 게 태국의 기후특성이기는 하지만 올해는 특히 심하다. 태국 환경 당국은 시내 수백 개 사원이 화장 과정에서 내뿜는 연기, 화력발전소, 공단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들이 가세하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총선을 두 달 가량 남긴 시점에서 대기 오염이 심해지자, 태국 군사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사태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지난 30일 아싸윈 콴무엉 방콕 시장이 방콕 시내 400여 국공립 학교에 이틀간 휴교령을 내린 데 이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보안작전사령부(Isoc) 소속 군 병력을 주변 공단에 파견, 공장에서 오염물질을 내뿜는지 감시토록 했다.

31일 태국 방콕 시내 전경. 방콕=EPA 연합뉴스
31일 태국 방콕 시내 전경. 방콕=EPA 연합뉴스
31일 태국 방콕에서 드론을 이용한 대기오염 개선 작업이 실시되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31일 태국 방콕에서 드론을 이용한 대기오염 개선 작업이 실시되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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