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ㆍ대우조선 합친 ‘조선통합법인’ 추진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절차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현대중공업과 '조선통합법인'을 설립하고, 대우조선 주식을 현물로 출자하는 방식이다. ‘빅3’ 체제였던 국내 조선산업이 ‘빅2’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의 근본적인 경영 정상화를 위해 민간에 이양하는 방안을 공식화하고, 현대중공업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015년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으로 체질개선 노력을 기울여 온 대우조선은 그간 재무구조 및 수익성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2016년 5,544%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222%까지 떨어졌고, 영업이익도 지난해 3분기 기준 7,000억원 거뒀다.
대우조선에 대한 유동성 공급 및 채무조정 등 채권단 차원의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도달해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여기에 조선업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산은이 지속 관리할 경우 궁극적인 경영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조선업에 정통한 민간 주주에 매각을 하기로 한 셈이다.
산업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현대중공업과 M&A에 관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하는 데 합의했다. 산업은행이 제시한 매각 방식은 현금 매각거래가 아닌 현물출자다. 주식을 현금으로 팔 경우 매수자의 자금마련 부담으로 성사여부가 불확실하고, 대우조선의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현금 매각거래로 진행 시 매수자의 동반 부실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유력한 거래 형태는 산은이 현대중공업과 조선 계열사를 총괄하는 조선통합법인을 출범시키고, 산은이 해당 법인에 대우조선 지분 55.7%(5,973만8,211주)를 현물출자 하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앞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것이다. 산은은 또 대우조선 앞으로 최대 2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자금도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산은은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중공업 측에도 인수의사를 확인하고, 삼성중공업 측에서 거래 제안을 할 경우 평가절차에 따라 인수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산은의 대우조선 민영화 방안을 보고 받은 뒤 투자유치 방안을 논의하고 관련 협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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