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재심사해 달라는데 “중복수여금지 해당”엉뚱한 소리
지난해 11월 ‘독립유공자 훈격재심사’약속해놓고 뒤집어
시민단체 “보신주의, 공직사회 적폐 한 단면”성토
국가보훈처가 독립운동가 류자명(1894~1985)선생의 서훈 등급을 재조정해달라는 지역 시민단체의 요구에 대해 “(서훈)중복 수여는 안 된다”는 동문서답식 답변으로 일관해 논란을 빚고 있다.
31일 충북 충주지역 시민단체인 푸른세상(대표 박일선)에 따르면 국가보훈처는 최근 푸른세상의 류자명 선생 훈격재조정 요구에 대해 “동일한 공적에 대해 훈장 또는 포장을 거듭 수여하지 않는다는 상훈법 4조(중복수여 금지)에 따라 훈격재조정을 위한 공적재심사가 어렵다.”고 회신했다.
이에 푸른세상 측은 “말도 안 되는 답변으로 사안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고 보훈처를 성토하고 나섰다. 박일선 대표는 “훈장을 더 달라는 것(중복 수여)과 훈격을 조정해달라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의미”라며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자 궤변”이라고 주장했다.
푸른세상은 “보훈처가 독립유공자 훈격을 재심사하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보훈처는 지난해 11월 보도자료를 내 “3.1운동,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공적에 비해 현저하게 낮게 서훈된 분들’을 위해 공적 재심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표는 “독립유공자 훈격재심사는 보훈혁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보훈처가 스스로 올해 주요 시책으로 정한 것”이라며 “대외적으론 이렇게 홍보해놓고, 실제 훈격 재조정 요구에는 동문서답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혁신위원회 권고마저 무시하고, 스스로의 약속을 뒤집는 행태를 보니 여전히 변하지 않는 공직사회 적폐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꼬집었다.
푸른세상은 조선의열단에서 항일무쟁 투쟁에 앞장선 류자명 선생의 업적과 독립정신을 재조명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선생이 주로 활동한 중국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있고, 시민순례단을 구성해 국내외 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선생의 삶과 항일정신을 담은 책자도 올해 안에 발간할 예정이다. 이 단체는 지난 14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선생의 서훈 등급을 상행해달라고 국민청원하고, 같은 내용의 공문을 국가보훈처에 발송했다. 우리 정부는 1991년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이는 우리나라 서훈 5개 등급 가운데 4등급에 해당한다.
한편 보훈처는 입장을 묻는 본보 질의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지난 29일 해당 부서에 전화했으나 “대변인실을 통해 답하겠다.”고 해놓고는 31일 오후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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