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평가 탈락 후 이례적 재평가… 박근혜 풍자 ‘세월오월’ 전시 갈등 전력
한국 현대미술의 얼굴인 국립현대미술관(국현) 관장에 윤범모(68) 동국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가 내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일 그를 새 관장으로 임명할 예정이지만, 내정 직후 그는 불공정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국현 관장은 고위공무원이어서 인선 과정에서 역량 평가를 거쳐야 한다. 문체부는 관장 최종 후보로 윤 관장과 다른 미술계 인사 2명을 압축해 지난해 12월 역량 평가를 실시했고, 윤 관장이 아닌 다른 인사 1명만 평가를 통과했다. 문체부는 이달 중순 같은 후보 3명에 대한 역량 평가를 다시 시행했고, 이번엔 3명이 전원 통과했다. 이어 문체부는 윤 관장을 관장으로 결정했다.
정부 인사 규정 역량 평가를 다시 실시하는 건 위법이 아니다. 다만 1차 역량 평가를 통과한 인사를 결과적으로 배제한 것을 놓고 ‘코드 인사’ 의혹이 일었다. 문체부는 윤 관장이 역량 평가를 두 번 받았다는 사실을 이날 밤까지 숨겼고, 재평가 배경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 전병극 문체부 대변인은 “후보들에게 기회를 한번 더 준다는 차원에서 결정한 것일 뿐, 정치적 결정은 아니다”고만 설명했다. 미술계 인사는 “국현 관장 후보자에 대해 역량 평가를 다시 한 선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신임 관장은 1979년 동국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미술평단에 등단했다. ‘계간미술’ 기자로 활동하면서 미술비평가로 활발히 활동하는 한편, 호암갤러리(삼성미술관 리움 전신), 서울 예술의전당 미술관 등의 개관과 운영에 참여해 기획자로도 이름을 알렸다. 민중미술계와 특히 가깝다. 그는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홍성담 걸개그림 ‘세월오월’ 전시를 놓고 광주시와 갈등을 빚다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책임 큐레이터 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국현은 서울관, 과천관을 비롯한 4개 미술관을 거느린 국내 최대 미술기관으로, 올해 예산은 632억원이다. 관장 임기는 3년이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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