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기를 등에 업고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급감한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가까이 빠지는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연결기준) 243조7,700억원, 영업이익 58조8,900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고 31일 밝혔다.
삼성전자 호실적의 주요 원인은 단연 반도체다. 2년 전부터 본격화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서버 증설 경쟁이 지난해 3분기까지 이어지면서 메모리 반도체 판매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 영향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75.5%를 반도체에서 뽑아냈다. 반도체로 지난해 올린 연간 영업이익은 44조5,700억원으로 매달 반도체로만 3조7,000억원을 번 셈이다.
하지만 4분기엔 반대로 반도체 때문에 울어야 했다. 서버 증설 작업을 마친 글로벌 IT 기업들의 반도체 수요가 갑자기 고꾸라지면서 삼성전자의 전체 실적도 함께 악화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59조2,700억원, 영업이익은 10조 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2%, 28.7% 줄었다. 4분기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3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38.5%가 빠졌다.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의 ‘투 톱’인 스마트폰 사업도 부진을 보였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Mobile Communications) 부문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부진 때문에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000억원이 줄었다. 이는 ‘갤럭시노트7’ 발화 이슈로 영업이익이 1,000억원에 그쳤던 2016년 3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 전망도 썩 밝지는 않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언제 회복될 지 장담할 수 없고, 삼성의 스마트폰이 프리미엄 시장은 물론 중저가 시장에서도 중국 등 후발주자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2분기 이후 반도체 수요가 점진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라며 “스마트폰 사업은 프리미엄폰에 새로운 디자인과 신기술을 적용하고, 중저가의 경우도 라인업 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