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탁 감독이 대본 유출 사태부터 작품의 역대급 흥행 요인까지 ‘SKY 캐슬’을 향한 궁금증에 답했다.
31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베스트웨스턴프리미엄 서울가든호텔에서는 JTBC ‘SKY 캐슬’의 연출을 맡은 조현탁 감독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지난 해 1.7%의 시청률로 출발했던 ‘SKY 캐슬’은 이후 첫 방송 이후 뜨거운 화제를 모으며 매 회 놀라운 시청률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 같은 기세를 모아 지난 12회 12.3%(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전 JTBC 역대 최고 시청률을 달성한 ‘SKY 캐슬’은 지난 18회 22.3%을 기록하며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이 같은 역대급 인기에 대해 조현탁 감독은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 너무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한 뒤 “1.7%가 나왔을 때를 기억하는데, 연출로서 그날도 촬영을 해야 했다. 아이들과 촬영을 하는 날이었는데, 매일 자신감을 다독이면서 왔는데 1.7%를 받고 아이들과 촬영을 하는 게 쉽지 않더라. 하지만 편집기사와 이야기를 하는데 ‘올라갈 일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줘서 너무 울컥했다.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연연하고 있었구나 싶더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인기를 체감했냐는 질문에는 “실제로 20부작을 연출하는 상황에서 인기를 체감하긴 어려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촬영장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라”며 “초반 촬영 때는 서울 시내 어디를 가도 자유로웠는데, 방송 이후에는 밥을 먹고 있는데도 옆에서 ‘SKY 캐슬’ 이야기를 하고 계시더라.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SKY 캐슬’의 흥행 요인에 대해서는 “사실 정확한 요인을 말씀드리긴 어려운 것 같다. 저 역시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이 시대에 사람들에게 가장 핫한 이슈와 스토리가 맞았던 것 같다. 공부를 잘하는 경우든, 아니든 나름의 고충이 잇는 부분인데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부분이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드라마가 어떤 지점을 건드리기 시작하니까 시청자 분들이 봐주신 것 같다. 모든 사람이 힘을 모은 결과인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120% 최선을 다해서 헌신적으로 해 준 덕분인 것 같다. 특별한 전략이 유효했다는 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SKY 캐슬’ 인기의 중심에는 매 회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감각적인 전개, 성인과 아역을 막론한 배우들의 호연이 있었다.
조현탁 감독은 쟁쟁한 배우들의 섭외 과정에 대한 질문에 “캐스팅 디렉터가 따로 없었고, 매 오디션 마다 올 수 있는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 무기명으로 의견을 모았었다. 그러다보면 큰 흐름과 개성이 보인다. 그런 과정을 진행하면서 한 명 한 명 정해졌다”고 말한 뒤 “그리고 촬영 전까지 아역 친구들이 JTBC로 출퇴근 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워낙 재능 있는 친구들이 잘 모여서 무리 없이 잘 진행됐고, 촬영이 빠듯한 일정이었는데 잘 해줘서 항상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뜨거운) 반응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말한 조현탁 감독은 “엔딩 장면 같은 경우 대본에 촘촘하게 잘 나와 있었고, 대본을 보면 그 다음 회를 안 읽고는 못 배길 정도였다. 마지막에 촬영을 마치고 편집 기사님과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부터 10부 정도까지 대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엔딩 갈래길 중 선택할 수 있었다. 엔딩에 대해서 심지어 배우 분들도 궁금해 할 정도로 재미있어 해 주셔서 감사하다. 대본의 힘이 컸던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SKY 캐슬’은 17부 대본이 통째로 유출되는 사태를 직면했던 바, 이에 대해 조현탁 감독은 깊은 분노를 드러냈다.
조 감독은 “17부 대본 유출은 17부 편집을 하다가 편집실에서 뒤늦게 접했다. 정말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당혹스러웠다. 17부 편집 마무리를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보여드릴 수 있을까를 나름 치열하게 고민하던 중 이 대본이 밖으로 이미 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실은 매우 분노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장에서 피고름을 짜내면서 일하는 건데, 그런 것들이 밖으로 유출된다는 게 엄중한 범법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건은 현재 경찰 수사 중이다. 일부에서는 새로운 마케팅 효과도 있었다, 유명세다 말씀하시기도 하는 걸로 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본이 유출돼서 시청률이 올랐다는 건 얼토당토 않는 소리인 것 같고, 다시는 드라마 업계에서 재발돼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OST 표절 논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20부 방송될 부분이 아직 완성이 덜됐다. 일을 하고 있다가 소식을 늦게 들었는데, 뭔가 다 확인되지 않은 부분들이 남아있는 것 같아서 따로 드릴 말씀은 없을 것 같다”면서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라고 하시면 김태석 음악감독이 굉장히 성실하게 일을 해 왔고 저와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해 온 만큼 신뢰가 있다. 그래서 아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 없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어려운 것 같다”고 짧은 이야기를 전했다.
또 ‘SKY 캐슬’의 매 회 전개를 둘러싸고 시청자들이 제기했던 다양한 스포, 추측글에 대해서는 “스포는 못 봤는데 현장에서 그런 이야기를 해 주시더라. 제가 들은 스포들은 거의 다 틀렸다”며 “어떻게 틀린 스포가 이렇게 디테일을 갖고 자신의 자양분을 가지면서 몸집을 불리는 지 신기했다. 우리는 불어난 스포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고 했다. 작가님과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에 좌지우지 됐던 건 없다”고 말했다.
또 조현탁 감독은 캐스팅 초반, ‘SKY 캐슬’에 합류한 염정아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고마운 배우는 모든 배우 분들이다. 아역까지 포함해서 혼신의 힘을 다 해 주셨다”고 말한 조 감독은 “특히 처음에 이 작품을 출발할 수 있게 해 주신 염정아 씨에게 감사드린다. 대본이 다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제안을 드렸는데 흔쾌히 출연해 주셨고, 윤세아 씨도 소개해 줬고, 작품 끝날 때 까지 저의 예술적 동반자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업을 해서 감사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일 최종회인 20회만을 남겨두고 있는 ‘SKY 캐슬’은 그 결말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마지막 회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 조현탁 감독은 “어제 밤늦게, 오늘 새벽까지 마지막 편집을 했다. 마지막 음악 작업 중이”라며 “마지막 회를 앞두고 많은 방송 관게자 분들이 (결말을) 물어봐주신다. 그렇지만 친한 관계자들에게 ‘진짜 알고싶냐. 진짜 알고 싶다면 알려주겠다’라고 물어보면, ‘아니야 그냥 방송으로 볼게’ 하더라. 시청자 여러분들도 방송으로 봐 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전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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