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ㆍ선행지수 7개월 동반하락 “장기 침체 L자형 국면 신호”
지난해 우리나라의 산업생산이 1.0% 증가에 그치며 지난 2000년 관련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래를 위한 설비투자 증가율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그쳤다. 현재와 향후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도 7개월 연속 동반하락하며 우리 경제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징후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18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全)산업생산은 전년보다 1.0% 증가했다.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자동차 등 주력업종의 부진으로 광공업 생산이 0.3% 늘어나는 데 그친 영향이 컸다. 광공업 생산도 2015년(-0.3%)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기업이 미래를 위해 공장을 짓거나 기계ㆍ설비를 사는 설비투자도 부진했다. 지난해 설비투자는 전년보다 4.2% 감소하며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9.6%)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 증설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투자지표인 건설기성(건설업체의 시공실적)도 5.1% 줄며, 2011년(-6.4%)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가 그나마 4.2% 증가하며 2011년(4.6%)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나타난 ‘생산ㆍ투자 부진, 소비 양호’ 흐름은 지난달 지표에서도 확인됐다. 지난달 전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6% 줄며, 작년 11월(-0.7%)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도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2.4%) 투자가 줄며 0.4% 감소했다. 반면 승용차 등 내구재(1.3%) 판매가 늘어나면서 소매판매는 0.8% 증가했다.
국내 경기가 갈수록 하강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도 뚜렷하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지난달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떨어진 98.1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99.8) 이후 9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9월~1998년 8월 이후 처음이다. 통상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면 통계청은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한다.
향후 6개월 뒤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지난달 0.2포인트 떨어진 98.5를 기록하며 작년 5월(100.1) 이후 7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당분간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 특히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동시에 7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보를 기록한 것은 1차 오일쇼크 영향을 받았던 1971년 7월~1972년 2월(8개월간) 이후 처음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동행지수와 선행지수의 동반 하락세는 우리나라 경제가 (장기간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L자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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