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깔의 느낌이 무겁고 침침하다.’ ‘어둠’의 사전적 표현이다. 박소란 시인의 두번째 시집 ‘한 사람의 닫힌 문’은 그런 마음을 노래한다. 시는 슬픔을 자주 이야기한다. “슬픔이 왔네/실수라는 듯 얼굴을 붉히며/가만히 곁을 파고들었네 새하얀 무릎에 고개를 묻고 잠시 울기도 하였네”(‘감상’)
시에서 독자가 얻는 건 어둠이 지닌 절망이 아닌 아름다운 빛깔이다. 절망하는 대신 위로하는 박 시인의 언어 덕분이다. “전기장판에 누워 겨울을 난다/어떤 슬픔에도 끄떡하지 않는다”(‘전기장판’), “여느 때와 같이/침묵의 안간힘으로, 나는, 견딜 수 있다”(‘울지 않는 입술’) “나는 걷고 있고 그러므로 살고 있다”(‘천변 풍경’)
닫혀 있는 누군가의 문을 마주하고 문 너머의 그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 시인이라고, 박 시인의 시가 말한다. “얼마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나는, 그 시무룩한 얼굴을 데리고서/한 사람의 닫힌 문을 쾅쾅 두드렸네”(‘감상’)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궁금합니다/이 싱거운 궁금증이 오래 가슴 가장자리를 맴돌았어요”(‘심야 식당’)
한 사람의 닫힌 문
박소란 지음
창비 발행ㆍ168쪽ㆍ9,000원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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