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시장 예상보다 더 완화적이어서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연준 성명서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기자회견에서)눈에 띄는 대목은 연준이 앞으로 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갖겠다는 것과, 대조대조표 정상화 정책도 경제 상황 변화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는 부분”이라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향후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한 문구(‘추가적ㆍ점진적 금리 인상’)를 삭제한 점도 연준이 금리 인상에 신중한 자세를 보인 것”이라며 “연준이 앞으로 경제 지표에 의존하겠다고 했는데,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상황을 보며 통화정책을 신중히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현지시간으로 30일 기준금리를 현행 연 2.25~2.50%에서 동결했다. FOMC는 이날 성명서에서 기존에 있던 ‘추가적ㆍ점진적인 금리 인상’ 문구를 삭제하면서 ‘금리 조정에 있어 인내심(patient)을 갖겠다’는 문구를 유지, 금리인상 속도 조절 신호를 보냈다. 파월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에서 연준 보유자산 축소를 종료할지에 대해 논의했다”며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메시지를 냈다.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과 병행해 2017년 10월부터 양적완화(QEㆍ채권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 기간 동안 사들인 국채를 매각하며 시중자금을 흡수해왔다.
이 총재는 “미 연준 통화정책 변화는 우리뿐 아니라 많은 나라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보다 높은 금리역전 상황에서 양국 금리차(현재 최고 0.75%포인트)가 더 벌어질 것을 우려하던 한은 입장에선 연준 통화정책이 완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크게 던 셈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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