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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위험한 지식… 방대하게 접하고 판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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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위험한 지식… 방대하게 접하고 판단해야”

입력
2019.01.31 11:53
수정
2019.01.31 19:0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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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상 북콘서트] <6> 편집부문 ‘한국역사연구회 시대사총서’

[저작권 한국일보]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수상작 ‘한국시대사총서’를 저술한 한국역사연구회 소속 저자 53명을 대표해 이익주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가 지난달 30일 서울 교보문고 합정점 배움홀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강연하고 있다. 교보문고 제공
[저작권 한국일보]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수상작 ‘한국시대사총서’를 저술한 한국역사연구회 소속 저자 53명을 대표해 이익주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가 지난달 30일 서울 교보문고 합정점 배움홀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강연하고 있다. 교보문고 제공

“한국사를 한 권으로 정리한다는 건 불가능해요. 역사란 불완전하고 위험한 지식이기 때문에 방대하게 접하고 이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역사공부의 힘이 됩니다.”

지난 30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교보문고 합정점 내 배움홀에서 열린 제 59회 한국출판문화상 북콘서트에서 이익주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까지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을 맡았던 이 교수는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수상작 ‘한국역사연구회 시대사총서’(푸른역사)를 공동 집필한 한국역사연구회 소속 저자 53명을 대표해 이날 강연자로 나섰다. 시대사총서는 역사학계의 중진 학자들이 참가해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를 총 10권으로 정리한 책으로 완간까지 17년이 걸린, 역사에 대한 출판사의 뚝심이 빛을 발한 결과물이다.

‘역사대중화’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이 교수는 △우리 역사에 대한 자부심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 △과거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라는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눠 역사 공부의 자세를 이야기했다. 이 교수는 “1988년 한국역사연구회가 생긴 뒤로 최대 관심사는 역사 대중화였다”면서 “단순히 ‘일본은 나빠’처럼 공동의 적을 만들거나, 현재의 문제를 풀기 위해 과거에서 교훈을 빌려오는 수준에서 나아가 한국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역사 교육은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객관적 역사 인식의 첫 단계로 ‘자부심’을 꼽았다. “국가는 생존을 위해 애씁니다. 살아남기 위해 협상하고, 싸우고, 비굴해지기도 하죠. 국가의 성패는 끝내 지켜냈느냐 못 지켜냈느냐가 가릅니다. 생각해보세요. 중국의 국경을 접한 나라 중 독자적인 문화와 유구한 역사를 갖고 살아남은 나라는 한국 말고는 거의 없습니다. 중국, 일본 같은 강대국 주변에서 공존하면서 살아남는 방법을 계속 찾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교수는 자부심이 지나쳐 역사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단일 민족’ ‘국난 극복’의 서사를 뛰어넘어, 다른 나라 역사의 보편성도 인정할 수 있어야 역설적으로 한국 역사 역사가 세계사적 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교과서에는 과거 백제, 고구려, 신라가 고대 일본 아스카 문화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끼쳤다고 써있어요. 그런데 삼국 문화도 결국 기원은 중국이거든요. ‘특수성’을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중국 문화의 영향력에 놓이게 돼요. 차라리 문화에는 주인이 없다고 얘기하는 게 나은 거죠.”

이 교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숨기고 싶은 우리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까지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벨파스트 박물관에 가면 입구에 쓰인 첫 문장이 ‘영국은 16세기에 가난했다’예요. 이 사실에서부터 영국 역사가 시작되는 건데, 우리 역사 교과서를 보면 인류문명의 시작이 마치 한국이었던 것처럼 설명해요. 역사를 과장한다고 해서 지금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니에요. 자부심은 필요하지만, 딱 ‘사실’에 의해 확인할 수 있는 것까지만입니다.”

이 교수는 ‘시대사총서’를 대중 독자뿐 아니라 특히 역사 강사들에게 권했다. “역사는 단순히 알고 모르는 것으로 끝나지 않아요. 생각과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위험한 지식입니다. 그 지식을 입을 통해 전달하는 역사 강사들이 이 책을 열심히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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