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사실상 ‘비둘기’(통화완화주의자)로 변신했다. 연준은 30일(현지시간) 현행 2.25~2.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향후 금리결정에 ‘인내심’을 발휘할 뜻을 밝히며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연준은 이날까지 이틀간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결정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논거(case)가 다소 약해졌다”고 밝혔다.
연준은 성명에서 "세계 경제 및 금융 발전과 '낮은'(muted) 물가 상승 압력을 고려해 연방기금 금리 목표 범위에 대한 향후 조정을 결정할 때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3월 FOMC 의사록에서 ‘인내심’이라는 단어가 삭제되면서 금리인상이 시작된 만큼, 연준의 이번 언급으로 향후 금리 인상에 속도 조절이 예상된다.
특히 연준은 이번 성명에서 '추가적ㆍ점진적인 금리 인상'이라는 금리정책 문구를 삭제해 속도조절론을 강력히 뒷받침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연준이 금리 인상의 중단을 시사했다”고 평가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사실상 긴축 사이클을 중단할 뜻을 시장에 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으나, 올해부터는 통화 긴축의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또 올해 금리 인상횟수도 기존 3회에서 2회로 하향 조정했다.
연준은 또한 별도의 성명서를 내고 필요한 경우 보유자산 축소 계획의 속도를 늦추는데 열려 있다고 밝혔다. 보유자산을 축소하는 연준의 채권 매각은 시중에 풀린 달러화를 회수하는 긴축 프로그램의 효과가 있는데, 그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보유자산 축소 일정과 관련해 “끝낼 적절한 시점을 위원들이 평가하고 있다”면서 “예상보다 큰 보유자산 규모에서 빨리 끝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2015년 '제로(0) 금리' 정책 종료를 선언한 후 지금까지 9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지난해에는 3,6,9,12월에 걸쳐 4차례 금리를 올렸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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